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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일 만에 유씨 풀어준 북한, 하루 숙박료 100달러씩 물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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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5일 정부 합동조사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3일 유씨를 석방하면서 “유성진은 자신의 범죄행위 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북측 지역 체류에 따른 비용 지불을 요구했다. 북측은 유씨에게 하루 세 끼를 챙겨 줬으며 식사당 평균 아홉 가지 찬을 내놓은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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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에 따르면 북한은 억류 당일 보안요원 2명을 시켜 유씨를 지프에 태워 개성시내 자남산여관 310호로 이송했다. 평양에서 온 전담 조사요원 등은 반말과 욕설 등 언어폭력을 가하고 무릎 꿇어 앉히기 등 강압적 행위를 했다. 특히 억류 당일부터 6월 말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나무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있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구타나 고문 등은 가하지 않은 것으로 유씨는 정부 합동조사반에 진술했다.

현대아산의 숙소 개·보수 담당 주임이던 유씨는 2005년 8월부터 숙소 청소를 담당한 북한 여성 이모씨와 자주 접촉하며 교제를 시작했다. 영화 CD와 MP3·화장품·손목시계를 선물로 줬다. 유씨는 이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탈북을 권유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가 발각됐다. 여기에다 1998년 5월 D건설이 지은 리비아병원에 근무하던 유씨가 북한 여간호사 정모씨와 연인 관계로 발전해 한국행을 논의하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2003년 8월 개성공단 북측 여성에게 간호사 정씨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이런 움직임이 북측 당국에 포착된 것이다.

북한은 석방 이틀 전인 11일 유씨에게 범죄행위 인정과 조사 중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내용 등의 서약서를 받고 이 장면을 촬영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씨가 북한 여성과 교제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출입·체류 합의서를 일부 위반한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장기 억류와 접견 금지 등 기본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건 북한 측의 명백한 합의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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