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제너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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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존 부어맨 감독의 영화 '제너럴' (The General) 은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도둑 마틴 카힐의 인생유전을 그린 작품이다.

도둑질로 점철된 한 남자의 삶을 리얼하고 역설적으로 재구성한 이 영화는 '비욘드 랭군' '엑스칼리버' 를 연출했던 65세의 부어맨 감독에게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줬다.

이 영화의 첫번째 역설은 제목에 있다. '장군' 이라는 말 자체에 담긴 '질서' 와 '권위' 가 영화의 주인공인 '도둑장군' 에 의해 가차없이 조롱당하기 때문이다.

평생 8천억원어치의 물건을 훔치며 능청스럽고 따뜻한 가장으로, 또 조직의 두목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이 영화에서 폭력과 유머, 관용이 묘하게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로 재현된다.

영화는 94년 8월 자신의 집 앞에서 어떤 남자로부터 총을 맞고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는 도둑장군의 최후에서 출발한다. 무표정인지, 미소 혹은 냉소인지 모를 기묘한 표정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의 얼굴은 슬로우 모션 영상에 의해 어린 시절 빵을 훔쳐 골목길로 달아나며 경찰을 놀리던 어린 도둑의 얼굴로 거슬러 간다.

어릴 땐 배고픈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빵을 훔쳤던 그는 성장해서는 '빛나는' 도둑질로 아내와 처제, 그리고 네 명의 자식들을 부양하며 살았다. 90명으로 구성된 '24시간 감시조' 가 따라붙었던 도둑장군의 활약에 대한 유머스러운 묘사와 시공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역동적인 편집은 강렬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아파트가 철거당하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는 고집, 은행과 보석공장을 털면서도 매주 실업수당을 받으려고 시청 복지과에 나가는 그의 능청스러움, 자식을 위해 장난감까지 훔치는 '부정 (父情)' 에 대한 세심한 묘사는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도둑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난도 들을 만하다. 그러나 처제까지 아내로 삼고, 조직을 위해서라면 부하의 손바닥에 못질까지 하는 잔혹함을 일삼는 그에 대한 솔직한 묘사가 만만찮다.

교사로 재직하다가 뒤늦게 배우가 된 브렌단 글리슨 (마틴 카힐 역) 은 동정할 수는 있지만 사랑하기는 어려운 마틴의 역할을 놀랍게 소화해냈다.

"이것은 우상파괴론자의 이야기다. 마틴은 자기만의 세계와 룰을 만들고 그걸 지키며 살았다. 이 영화는 그의 기지와 교활함, 그 다중적 성격, 독특한 인간미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부어맨 감독의 설명이다.

컬러로 찍었지만 칸 영화제에서는 명암의 대비가 강렬한 흑백필름으로 소개됐다. 국내에선 컬러와 흑백버전 (코아아트홀) 이 모두 선보인다. 23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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