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연희동 방문…전씨 '서로 양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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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13일 전두환 (全斗煥)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안기부 정치사찰과 여당의 법안 단독강행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투쟁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오전 10시30분 연희동 자택을 방문한 李총재는 현관까지 마중나온 全씨의 영접을 받고 3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인사말을 마친 李총재는 곧바로 "날씨도 춥고 정치도 춥다" 며 '본론' 을 꺼냈다.

李총재는 "여당이 야당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어 여야관계가 단절됐다" 며 全전대통령의 정치적 지원을 부탁했다.

李총재는 또 "우리 당은 보수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 이라면서 "요즘의 안보상태와 대북관계를 생각하면 불안하다" 며 군 출신인 全전대통령의 안보의식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全전대통령은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는 우선 "나는 제도권 정치와는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 면서 정국에 개입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다.

全씨는 이어 여야 대치국면에 대해 "여당과 술도 한잔 하면서 나라가 잘 되도록 상호간 양보도 하라" 고 충고했다.

全전대통령이 "5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가 정치발전에 좋은 계기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 한술 더 뜨자 李총재는 "정권교체가 잘된 것 같다고 들리는데 섭섭하다" 는 말로 되받았다.

이날 방문이 '쪽박까지 깬 것' 은 아니라도 기대에 못미친 것만은 분명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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