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3당 전략]한나라 '살고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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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의 야당 의원 영입 추진 움직임에 한나라당은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장은 비난성명을 내는 게 고작이다.

장광근 (張光根) 부대변인은 10일 "이미 28명의 의원을 데려가고서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정치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민이 더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 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신경식 (辛卿植) 총장은 "갈 사람은 다 갔다.

이제 더이상 나갈 의원은 없다" 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辛총장은 또 "지난번에도 (여당이) 우리당 의원들이 수십명 탈당해 당이 당장 깨질 것 같이 떠들어댔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우선 여권이 권력을 동원해 야당 의원 영입을 재개하려 할 경우 일단은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원.경기.TK의원들을 주축으로 개별 또는 집단탈당이 이뤄질 것이란 소문도 그럴싸하게 나돌지만 지켜볼 따름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국민회의가 법안을 날치기하고 529호 사태에 강공 일변도로 나온 것도 안정적 정국운영을 위해선 압도적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측면도 있다" 면서 '탈당 정국' 의 도래를 예측했다.

그는 새해 벽두부터 몰아친 여야의 극한 대치상황이 한나라당 내부적으론 강경파의 득세를 가져왔지만 여권에는 공동정권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곧바로 '몸집 불리기'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의 독대 후 여권 내에서 '합당론' 이 흘러나오는 등 2여 (與) 갈등이 봉합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게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물론 여권 내 봉합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관측 속에 내각제를 고리로 그 틈새를 비집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초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내각제 개헌 문제의 공론화 시점이 다소 늦춰졌을 뿐 언젠가 다시 불거질 문제라는 것. 부산 출신 김형오 (金炯旿) 의원은 "내각제 문제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불씨" 라고 했고, 또다른 의원은 "자민련과 얘기해 볼 여지가 남아있다" 고 했다.

이회창 총재도 "정략에 의한 권력구조 개편은 문제가 있지만 국민이 (내각제를) 원한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 는 원론적 입장을 언급한바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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