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공동체]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 돕고, 대기업과 전문가는 그 기업 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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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 단원(앞줄 가운데 및 뒷줄 2명)이 사회적기업 ‘바리의 꿈’ 황광석 대표(앞줄 右)와 직원에게 마케팅 관련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취약 계층을 고용하면서 사회적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 기업’ 돕기 운동이 일반 기업과 전문가 단체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최근 잇따라 설립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경제 불황 속 일자리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등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회적 기업은 전문가가 부족하고 규모가 영세한 데다 역사가 짧다. 이에 따라 회계·마케팅 등에서 기존 기업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사회적 기업인 ‘SK 행복도시락’을 운영 중인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꾸렸다. 마케팅 등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 30여 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바리의 꿈(콩제품 판매업)’ ‘우리가만드는미래(청소년 역사문화체험)’ 등 2개 사회적 기업에 컨설팅 및 교육을 했다. 올해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공정무역)’ ‘오르그닷(의류)’ 등 2개 업체를 추가 선정했다.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이들 4개 업체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월 2회 이상 경영 자문에 응하고 사례 발표 등의 세미나도 수시로 열어 지원한다.

2006년 3월 충남 금산에서 실직자·노숙인 등 13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야베스공동체(대표 원용호)는 자체 생산하는 화훼 인테리어용 수반(水盤)의 품질과 디자인에는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초기 재료 구입비와 인건비, 제품 운반차 등을 마련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 사연을 들은 토지공사는 1000만원을 지원하고 직원 20여 명이 자원봉사를 통해 공장 건립을 도왔다. 원 대표는 “토지공사 덕분에 지난해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등 기반이 구축돼 직원 수가 70여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www.gmarket.co.kr·대표 구영배)은 사회적 기업 상품만을 취급하는 쇼핑몰을 최근 사이트 안에 개설했다. 사회적 기업이 만든 식품·생활용품·사무용품 등 매달 10여 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BAT코리아(대표 스테판 리히티)는 공모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들을 선정, 기업당 최고 2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이달부터 시행한다. 신상현 이사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사회적 기업 공모제를 도입했다”며 “우선 3~4개 기업을 선정한 뒤 성과가 좋으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선희 세스넷(SESNET) 상임이사는 “미국의 경우 소기업 경영교육 전문기관인 스코어(SCORE) 소속 퇴직 전문가 1만1000여 명이 지난해 총 130만 시간의 자원봉사를 통해 1만9700여 개 소기업이 창업하고 2만5000여 개 일자리가 생겨나는 데 기여했다”며 “사회적 기업을 위해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은 공익 지향적 기업활동을 하지만 기업인만큼 수익이 나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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