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도로 편입 ' 마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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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도로가 지나가면 학교가 운영 위기에 빠집니다."(계성초등학교)

"환경 정비와 주민 통행 때문에 도로 개설은 어쩔 수 없습니다.(중구청)

대구 중구청과 계성초교(중구 대신동)가 도로 개설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계성초교 정문에서 학교 부지가 끝나는 남신교회까지 길이 225m, 너비 10m의 도로 신설 때문이다. 이곳에는 현재 차량 1대가 겨우 다닐 정도(너비 4m)의 길이 나 있다.

이 도로 개설로 계성초교는 관중석을 포함, 운동장의 3분의 1인 522평이 잘려 나간다. 이 522평에 대해 중구청은 강제편입 절차를 밟아 지난해 12월 13억200여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나 계성초교 측은 이를 찾아가지 않고 있다.

중구청은 맨 처음 이 도로 공사를 2003년 12월 착공하려 했으나 학교 측 반대로 실패했다. 이어 중구청이 오는 10일 공사를 강행(행정대집행)하려 하자 법인직원.교사.학부모 등 500여명이 지난 2일 운동장에서 '행정대집행 저지 궐기대회'를 여는 등 다시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날 집회에서 "운동장이 편입돼 교육 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도로 개설 뒤 학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1966년 도시계획상 너비 6m에서 97년 10m로 도시계획을 변경할 때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후 수차례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학교 측은 6일까지 세 차례 궐기대회를 연 뒤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학교 인근에 단독주택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주거환경사업(대신1.2지구) 등이 추진돼 도로 개설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대신1지구는 장기적으로 기존 단독주택(260동)을 개량하고, 2003년 10월 착공된 대신2지구는 단독주택을 헐고 아파트 6개동 492가구를 2006년 10월까지 짓는 사업이다.

중구청 신윤진씨는 "2003년말 착공, 2005년 9월까지 완공하려다 학교 측 반대로 공사를 미룬 채 계성고교쪽 부지 편입 등을 놓고 협의했지만 '계성고 이전 뒤 공사'주장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 다"며 "인근 주민 편의를 위해 공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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