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펀드 큰손'대결 증시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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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천억원씩을 주무르는 '큰손' 들로 새해 증권가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말 잇따라 만들어진 투자신탁회사의 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증권투자회사) 의 운용책임을 맡은 펀드매니저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7명 정도가 갖고 있는 투자자금만 무려 1조5천억원이 넘는다. 이같은 대규모 자금이 연초 한꺼번에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표주자는 뮤추얼펀드인 박현주펀드를 개발한 미래에셋 자산운용의 박현주 (朴炫柱.41) 사장. 박현주펀드는 1~3호의 2천억원어치가 지난달에 이미 팔려나갔고 조만간 2천억~4천억원 규모의 4, 5호와 1천억원 규모의 '인덱스펀드'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가 굴리는 자금은 모두 5천억~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朴사장은 억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한 김영일.손동식씨 등을 펀드매니저로 거느리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은 괜찮지만 주가가 낮아서 잠재성이 큰 중소형 우량주를 주 투자대상으로 삼을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의 장동헌 (張東憲.36) 팀장도 주목대상. 張팀장은 지난해 말 5백억원 규모의 골든칩 장동헌펀드를 5개나 팔아 모두 2천5백억원의 '실탄' 을 확보해둔 상태다.

6개월 내에 30%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펀드의 운용계획에 대해 張팀장은 "초반 1~2개월에 승부를 걸 것" 이라고 말해 처음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장동헌펀드는 4일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수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날 하루에만 40억원 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 박' 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LG투신운용의 박종규 (朴鍾奎.41) 팀장도 이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朴팀장은 이달 중순 설정되는 뮤추얼펀드인 박종규 1, 2호펀드 (3천억원) 의 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국투신에서 8년간 주식운용을 담당하면서 2년 연속 최우수 펀드매니저에 선정된 베테랑인 그는 지난달말 헤드헌터사를 통해 LG투신에 전격 스카우트돼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로 '장대포' 라는 별명을 얻은 국민투자신탁의 장인환 (張寅煥.39) 씨도 "집중투자로 단기간에 승부를 걸 것" 이라며 새해 증시에 정식 도전장을 냈다.

張씨는 지난해 말 신규 설정된 3백억원 규모의 주식형 펀드와 기존에 맡고 있던 펀드를 합쳐 1천억원 정도의 돈을 굴리고 있다. 또 삼성투신운용도 이번 주에 3천억원어치의 뮤추얼펀드를 발매한 뒤 다음주부터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펀드운용은 경력 10년의 이창훈 (李昌勳.36).오성식 (吳聖植.36) 씨가 각각 1천억원.2천억원씩 나눠 맡는다. 이들은 "철저한 기업분석으로 우량주를 발굴해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겠다" 고 '임전 (臨戰) 소감' 을 말했다.

이밖에 1천1백억원짜리 대형 펀드의 운용을 맡은 대한투자신탁의 손병오 (孫丙旿.38) 씨도 6일부터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몇몇 대형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완전 장악하게 됐다" 며 "이들의 투자행보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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