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정치사찰 경계는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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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안기부 요원의 활동은 통상의 정보수집인가, 정치사찰인가.

'국회 529호실 사태' 로 안기부의 활동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현재 국회와 각당 중앙당 주변엔 15명 안팎의 요원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 정부 들어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요원들을 대폭 물갈이 하면서 '정치사찰은 하지 말되 질 높은 정보를 수집할 것' 을 여러 차례 지시했고, 때문에 과거처럼 전면에 나서는 일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이런 안기부 활동이 명백한 정치사찰이란 입장이다.

발견된 첩보보고서중 특히 '한나라당 중진동향' 등 의원 개인에 대한 첩보는 명백한 정치사찰이라는 것. 대공문제를 주임무로 하는 안기부가 정치인들의 개인비리나 사생활까지 캐고 있으며 이런 내용의 정보는 수집행위 자체가 정치인에 대한 사찰이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또 한나라당은 아직 공개 안한 문건속에는 '한나라당 L의원 탈당가능성, 상부접촉 요망' 이란 내용이 있는데 이는 '상부접촉' 이란 명백한 '공작' 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안기부는 "순수한 정보활동일 뿐" 이라고 반박했다.

국민회의는 3일 논평을 통해 "정치사찰이라 하면 정부.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인하기 위해 행하는 정치 공작" 이라며 "문건에는 야당을 공작대상으로 삼고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할 목적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문정인 (文正仁.정치외교학) 교수는 "우리같이 해외정보.국내보안 업무를 통합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통합형 정보기관 체제에서는 안기부가 국내 각 분야에 대해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는 주장을 편다.

다만 "정보기관의 임무는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것에서 그쳐야 할 뿐 구체적인 대응프로그램을 짜는 활동을 해선 안된다" 는 것. 따라서 '대응전략' 을 담은 '내각제 전망문건' 은 직원의 개인메모라 할지라도 사찰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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