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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뭐 그리 급한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8호 35면

2003년 2월 1일 토요일 아침, 미국 텍사스주 어느 작은 마을을 굉음이 뒤흔들었다. 놀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맑은 겨울 하늘에 커다란 나선형 무늬가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후 텔레비전을 통해 플로리다주의 케네디우주센터에 착륙하려고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텍사스주 상공 70㎞ 높이에서 음속의 16배 속도로 날아가다 폭발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고로 7명의 우주비행사가 목숨을 잃었고, 잔해 수거에만 몇 달이 걸렸다.

이보다 7년 전인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후 73초 만에 폭발했다. 최초의 고등학교 교사 우주인을 포함한 7명이 전원 사망했다. 대통령위원회가 구성돼 사고 원인을 조사하였다. O-링 설계의 기술적 부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미 항공우주국은 아폴로의 달 착륙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관리 조직이 비대화하면서 실무 공학자들과 관리 계층 간의 괴리가 발생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 과정이 공학적 근거보다는 관리상의 이유나 정치적 이유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참사를 낳았다. 이후 발사체의 설계 변경과 안전 관리를 위한 독립 기구를 구성하는 노력이 있는 듯했다. 이런 악몽이 잊힐 즈음에 컬럼비아호가 폭발한 것이었다.

컬럼비아호는 발사 82초 후 외부 연료탱크를 덮고 있던 스티로폼 일종의 절연체 조각이 떨어지면서 왼쪽 날개에 부딪혔다. 절연체는 매우 가볍지만, 워낙 빠른 속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날개에 구멍이 생겼다. 귀환 과정의 대기권 진입 중, 섭씨 1700도 정도의 뜨거운 공기가 날개 내부로 들어가면서 셔틀을 폭발하게 한 것이었다.

수개월 후 공개된 콜롬비아호 사고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절연체 박리 문제는 이미 이전에도 있었던 것이었다. 기술자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걱정했던 반면, 관리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절연체가 떨어져 나갔지만 성공적인 발사가 이루어졌으니, 다음에도 성공적 발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발사를 연기했어야 했다. 문제의 근본적인 이해와 해결책 없이 비행 일정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발사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발사가 7번째 연기되자 아쉬워하는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우주발사체는 초고압, 극저온 등의 극한 기술과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함께 완벽히 작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의 정점에 있는 기술들의 집합체이다. 부분마다 사고 유발 확률이 극히 작지만 존재한다. 발사 성공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는 학습의 과정이야말로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행착오와 실수를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은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자연법칙에 따르지 않으면서, 자연을 이용할 수 없다. 컬럼비아호의 경우 2년간 18회나 발사가 연기되었다가 비행 일정에 쫓기면서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발사 여부의 결정은 순전히 공학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거듭된 발사 연기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받고 있을 부담은 가히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서두르지 말고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점검하고 이해하면서 진행해야 성공적 발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이런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있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독자적인 연구 기반 구축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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