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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위 1% 땅 고수 김학구 대표 so real history

중앙일보

입력

여성중앙 나이 마흔다섯 당시 서울 강남의 반지하에 살았다. 10년이 지난 뒤에는 대한민국 상위 1%의 땅 부자가 됐다. 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났다.


부동산계의 진정한 고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지는 몇 달 됐다. 현재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100억원대, 서울 여의도 규모인 땅 330만㎡ (100만평)도 마음먹기에 따라 소유가 가능한 투자 능력, 서울 강남 한 복판의 ‘100억 카페’ 사장님. 100억 카페 내에는 커다란 금고가 있고, 그 안에 100억 정도의 지폐를 넣어뒀다고 했다. 짐작했거나, 아쉽거나, 지폐는 가짜다.

누구에게나 트레이드마크가 있다면, 이 사람은 숫자 ‘100’이 트레이드 마트다. 주인공은 부동산 사업가 김학구 대표(55). 김 대표는 자수성가 형 대한민국 부자로 상위 1% 안에 드는 인물. 부동산 실력으로 따지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딸 만한 고수로 알려졌다.

그의 프로필은 더욱 인상적이다. 전형적인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농사 일을 거들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상경, 온갖 업종을 전전했다. 사업 실패와 재기를 거듭하며 마흔 초반까지 모은 자산은 1억원 정도에 그친다. 그 무렵 반지하에 살았던 그는 이후 10여 년 만에 자산을 100배로 불려냈다. 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 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7월 중순,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 모습 으로 단장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100억 카페’에서 김학구 대표를 만 났다.

10년 주행 거리 30만km, 전국 발품 팔며 땅 득도

고향은 충남 대전의 시골. 부친은 5급 공무원(당시 상황으로 5급은 말 단 공무원직이라는 설명)이었고, 집안은 농사를 병행했다. 그는 유년 기 내내 지게를 지며 나무를 했고,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 소를 먹이기 위한 꼴을 벴다. 그는 “쇠꼴을 베본 농사꾼은 손에 증거가 남는다. 오 른손잡이는 왼손에 흉터가 남고, 내 손에도 농사일의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온 한 어른이 어린 그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이 란 곳에 데려갔다. 레스토랑은 그때까지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였 다! 당시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훗날 근사한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생각 이 ‘입력’됐다(그가 2년 전 100억 카페를 오픈한 배경이다).
나이 스무 살에 그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군 생활 에피소드에는 김 대표의 인생 계획이 얼마나 철저했던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박 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다. 헌병대였던 그는 전역을 앞두고 진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에 차출됐고, 행사가 끝난 후 박 대통령의 악수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그를 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인상이 참 좋구만.” 이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그를 찾아와 경호실에 근 무해 보라고 몇 번을 제안했지만 뿌리쳤다. “나는 사업을 할 것이다. 내 뜻과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권력의 힘이 꽤나 매서웠을 그 무렵, 20대 초반의 젊은이는 어떻게 그리 확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일찍부터 농사는 고된 일이고 고생만큼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 요. 또 부친의 공무원 생활을 지켜보면서 직장 생활 등 매여 사는 직업 은 갖지 않겠다는 인생 계획을 세웠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을 존경했 고, 사업가가 되겠다는 결심이 확고했어요.”

나이 스물다섯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물건을 팔았고, 영업을 하 고, 장사를 했다. 사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10번 정도 사업에 실패해서 빈털터리가 됐다. 그런데 사업 실패로 입은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한 다. 집안과 주변의 돈을 끌어 쓴 적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리고 거듭 된 실패 속에서 성공의 법칙을 깨우쳤다.

“사업 실패를 통해 얻은 게 너무 많습니다. 10번 실패하면 10가지 성공 의 기술을 배운다고 보면 됩니다. 그게 지금 성공의 든든한 밑천이 된 거고, 성공의 뿌리를 튼튼하게 한 거죠.”

실패에서 배운 성공의 기술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감동이 라고 했다.

“성공에 다가가려면 내 육체가 고통스러워야 합니다. 내 몸이 편해서 는 감동을 줄 수 없어요. 부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해요. 부자들도 육체적인 고통이 있어서 앞서갈 수 있는 겁니다.”

그는 마흔 초반까지 서울 강남의 반지하방에 살았다. 현재 나이 쉰다섯. 10년 전 재산은 1억원 정도였고, 10년 만에 100배로 불렸다. 10년 에 100억원대 자산을 만들었다?! 수치적으로 나올 수 없는 계산법이 다. 어떻게 그런 마술을 부린 것일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잘 다뤄야 합니다. 은행, 세금, 부동 산입니다. 돈을 빌리려면 은행과 친해야 하고, 그다음 세금 문제를 잘 풀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잘 투자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을 보 세요. 수익이 나면 그 돈에 은행 대출을 보태 땅을 사두지 않습니까.”

기자는 보다 구체적인 ‘마술 기법’이 궁금했고, 김 대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제가 ‘각 그랜저’를 10년 탔는데, 30만km를 뛰었어요. 10년에 주행 거리 30만km. 전국의 부동산을 찾아 발품을 판 기록입니다. 부동산을 배 우고 터득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저 기록은 나와야 하는 겁니다. 저 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이면 땅을 구입했 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는 자칫하면 깡통을 찰 수 있지만, 부동산 은 절대 날아가지 않습니다. 장기 투자로 좋은 땅을 구입했다면 10~20 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밑지는 장사를 한 적 이 없습니다. 또 땅을 구입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판단을 끝내기 때문 에 땅값이 오를 것이다, 아니다로 고민한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10년을 다녀도 늘 초보 수준인데, 누군가는 고수의 경지에 오른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부동산을 너무 쉽게 접근해서 그런 겁니다. 세상에서 쉽게 이뤄지는 건 절대 없어요. 부동산은 몇 십 년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 을 배웠고, 어떤 걸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소액 투자를 하면서 부동산 흐름을 알고, 등기를 ‘쳐보고’, 경매도 ‘따 면서’ 터득해 나가야죠. 몇 년을 했는데 보이는 게 없다면 접는 게 상 책입니다.”

‘100’은 노력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희망의 숫자

부동산 고수 중에도 등급이 있고,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말이 있다. 김 대표 스스로는 어떤 경지라 생각하고 있을까.

“모든 투자는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세계(미국) 시장의 흐름, 국내 정 책의 진행 사항 등을 알아야 하고, 좋은 물건을 파악하는 눈이 있어야겠 죠. 선수권자는 시장이 오를 때나 떨어질 때,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동요하지 않고 투자의 기회를 발견합니다. 언제나요!”

김 대표의 재산은 100억원대로 알려졌는데, 실제 구성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보면 될 겁니다. 손바닥만한 부동산은 내 나이(55)보다 많습니 다. 크다면 큰 부동산 중에는 50억원이 넘는 부동산이 있습니다.”

부동산이 330만㎡(100만평)에 근접하다는 소문은 이렇게 설명했다.

“330만㎡는 (서울) 여의도 규모인데요. 세금 문제가 없고 또 아무 땅이 나 산다면 지금도 가능하겠습니다만, 5년 내에 330만㎡를 소유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아볼까 합니다. 변동성을 고려해도 목표 달성률은 90% 이상으로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부동산 투자의 선수권자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 았다. 대지와 건평 모두 660㎡(200평)인 ‘100억 카페’의 입지 조건을 대하는 생각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

“일부 사람들은 카페 입지로 따지면 너무 외진 곳이라고 말합니다. ‘투 자를 잘못한 것 아니냐’ ‘장사가 안 될 것 같은 위치 아니냐’라고 묻습 니다. ‘양념’으로 시골 얘기를 하나 할까요. 겨울에 토끼 사냥을 하는 데, 원주민들은 많이 잡습니다. 그런데 외지인들은 한 마리도 못 잡습 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원주민은 토끼가 다니는 길을 잘 알고 있어 거기에 올무를 놓는 겁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만 15년을 살았습니다. 100억 카페 자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입니다. 이 동네 도면을 놓고 보면 답이 나옵니다. 강남역 대로에서 직선 골목이라 카페 간판이 눈으로도 보입니다. 강남 한복판에서 폭 8m의 골목 도로는 이곳을 포함 해 딱 두 군데가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 역사가 네 군데나 있고 요. 100억 카페가 들어선 골목은 언젠가는 로데오거리(서울 압구정동의 유명한 상업 지구)처럼 유망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0억대의 부동산 자산가가 운영하는 ‘100억 카페’. 김 대표는 카페(레 스토랑)를 여는 것은 어렸을 때 품었던 계획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 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단 한 번도 꿈을 잃지 않았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상징처럼 읽혔다. 김 대표에게 100이란 숫자는 어떤 의미 가 있을까.

“100억은 부자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보통 강남의 좋은 집이 100억원 대고, 최소한 강남에서 부자 소리를 들으려면 500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00억은 부자의 상징이 아니라, 지금 경제적으 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전하는 숫자라고 얘기하고 싶습 니다. 저는 반지하에 살면서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내 사업 을 하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고, ‘10년=30만km’의 끊임없는 발품을 통해 부동산에 마술을 부리는 눈이 생겼고, 따라서 내가 바라는 목표 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100’은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숫자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는 김학구 대표가 ‘천일야화’의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한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그만큼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도 기자에게 몇 가지 부동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 내용을 빌려 기자가 부동산 퀴즈를 낸다. 첫 번째 퀴즈, 땅을 팔려면 봄과 겨울 중 언제가 좋을까? 땅을 살 때는 눈 쌓인 겨울이, 땅을 팔 때는 꽃 피는 봄이 적기다. 왜냐하면 사람 심리가 날씨에 따라 좌우되고, 흥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퀴즈, 땅을 사러 온 손님과 현장에서 식사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정답은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현지에 들른 고객은 사정을 잘 아는 동네 주민들에게 자기가 구입하려는 땅의 정보를 물어보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불리해진다. 김 대표는 “사람 마음은 그렇게 간사한(?) 구석이 있다”면서 부동산 투자에서는 그 간사한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나면서 내공이 느껴지는 얘기들이다. 본지는 다음 달부터 부동산 고수 김학구 대표의 ‘부동산 천일야화’를 연재한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김현주(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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