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확산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신종 플루 검사팀원들이 한 장교에게 마스크 착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맹이 빠진 명단 공개=정부는 21일 치료거점병원 455개(8649병상)와 거점약국 567개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이 빠졌다. 그동안 “병원들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명단 공개를 미뤄오다 여론에 떠밀려 공개했지만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 송파구·서대문구, 경기도 이천·남양주·파주·포천시에는 거점약국이 한 군데씩만 지정돼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 보건 당국은 택배로 약을 가정에 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치료거점병원은 보건소가 관내 병원들과 상의해 지정한 것”이라며 “병원이 거부하면 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입원환자 중 백혈병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가 많아 신종 플루 환자를 받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신종 플루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시설 조건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자주 입원해서 여력이 없다”면서도 “거점병원으로 지정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이응철 질병관리팀장은 “전에는 의심환자 60여 명 중 10명에게 타미플루를 투약했는데 오늘(21일) 오후 2시쯤 새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타미플루를 주지 말라고 돼 있다”며 “21일 오후부터는 타미플루를 거의 처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소아과 의사는 “외국에 간 적이 없다거나 신종플루 증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당한 환자들이 왔다”면서 “진찰 결과 신종 플루 증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휴교 속출=대구시 만촌동 오성중학교는 24일로 예정된 개학을 27일로 늦추기로 했다. 이 학교 재학생 중 감염자는 한 명도 없다. 다만 방학 중 외국에 갔다 17~19일 귀국한 학생 4명의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한 것이다. 오성중 박찬수(54) 교장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일부 학부모의 연기 요청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오성중 외에 안양 충훈고 등 4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했거나 휴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들은 재학생 중 감염자가 각각 1~5명씩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집단유행을 막기 위해 학교 등 집단생활시설에서 7일 이내에 2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때 휴교 등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온 학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해외여행과 무관한 지역사회 감염이 40%에 달해 실효성도 떨어진다.
한편 21일 오전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플루 관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당초 예정대로 인구의 27%인 1336만 명분의 백신 확보를 위해 예산 1084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타미플루 비축분 531만 명분 이외에 250만 명분(625억원)을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안혜리·강기헌·홍혜진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