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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병원은 빠진 신종 플루 거점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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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 플루 확산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신종 플루 검사팀원들이 한 장교에게 마스크 착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하루에만 258명의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환자가 추가 발생하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가 21일 치료거점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빠져 있어 환자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 또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리렌자 투약 대상을 확대했지만 일선 보건소에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알맹이 빠진 명단 공개=정부는 21일 치료거점병원 455개(8649병상)와 거점약국 567개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이 빠졌다. 그동안 “병원들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명단 공개를 미뤄오다 여론에 떠밀려 공개했지만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 송파구·서대문구, 경기도 이천·남양주·파주·포천시에는 거점약국이 한 군데씩만 지정돼 주민 불편이 우려된다. 보건 당국은 택배로 약을 가정에 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치료거점병원은 보건소가 관내 병원들과 상의해 지정한 것”이라며 “병원이 거부하면 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입원환자 중 백혈병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가 많아 신종 플루 환자를 받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신종 플루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시설 조건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자주 입원해서 여력이 없다”면서도 “거점병원으로 지정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 혼란=보건 당국이 21일부터 보건소에서 개별 환자들에 대해 검사를 하지 않기로 지침을 바꿨지만 방문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치료제인 타미플루 투약 대상을 확대했지만 현장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보건소에 내려간 지침에는 “사실상 중증 환자가 아닌 경우엔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이응철 질병관리팀장은 “전에는 의심환자 60여 명 중 10명에게 타미플루를 투약했는데 오늘(21일) 오후 2시쯤 새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타미플루를 주지 말라고 돼 있다”며 “21일 오후부터는 타미플루를 거의 처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소아과 의사는 “외국에 간 적이 없다거나 신종플루 증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거부당한 환자들이 왔다”면서 “진찰 결과 신종 플루 증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휴교 속출=대구시 만촌동 오성중학교는 24일로 예정된 개학을 27일로 늦추기로 했다. 이 학교 재학생 중 감염자는 한 명도 없다. 다만 방학 중 외국에 갔다 17~19일 귀국한 학생 4명의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한 것이다. 오성중 박찬수(54) 교장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일부 학부모의 연기 요청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오성중 외에 안양 충훈고 등 4개 학교가 개학을 연기했거나 휴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들은 재학생 중 감염자가 각각 1~5명씩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집단유행을 막기 위해 학교 등 집단생활시설에서 7일 이내에 2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때 휴교 등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온 학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해외여행과 무관한 지역사회 감염이 40%에 달해 실효성도 떨어진다.

한편 21일 오전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플루 관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당초 예정대로 인구의 27%인 1336만 명분의 백신 확보를 위해 예산 1084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타미플루 비축분 531만 명분 이외에 250만 명분(625억원)을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안혜리·강기헌·홍혜진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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