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타자냐 투수냐'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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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번타자' 심재학 (26.LG)이 야구인생을 건 도박의 문턱에 섰다. 심재학은 지난 21일 구단으로부터 "투수로 전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LG는 심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25일 "심재학이 투수로 전향한다" 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심은 "야구선수로서 생명이 걸린 문제이므로 신중히 생각해 본뒤 다음달초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당초 LG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이 면제된 심재학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아 선발급 투수와 맞바꾸려 했다. LG는 그러나 마땅한 트레이드 대상이 나타나지 않자 차라리 심을 투수로 전향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심은 희소가치가 있는 왼손잡이인데다 충암고 시절 주전투수로 활약했으며 고려대에 진학한 뒤에도 가끔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충암고 3학년때인 90년 대통령배.황금사자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송재용 (은퇴).이원식 (해태)과 함께 마운드의 삼총사로 활약했다.

심은 95년 프로데뷔 직후에도 당시 이광환 감독으로부터 "투수로 전향하라" 는 권유를 받은 바 있다. 현 코칭스태프 역시 "투수로 바꿔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손꼽히는 투수 조련사 김성근 쌍방울 감독은 "원포인트 릴리프 정도는 몰라도 풀타임 투수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역대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김건우 (전LG).강상수 (롯데) 등이 아마시절 타자로 활약하다 프로에 데뷔하면서 투수로 변신해 성공했으나 데뷔 3~4년이 지난 뒤 투수로 변신해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교시절 시속 1백40㎞의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 심재학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심은 이제 자신의 야구인생을 좌우할 결단을 남겨놓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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