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정책 실세로 조문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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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조문단의 면면에선 최근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북한 당국의 시각이 읽힌다. 당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던 인물을 내세운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면엔 당국 차원의 공식 접촉은 피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간 접촉이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의미도 담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보다 남북 관계 책임자와 실무자들로 꾸렸기 때문이다. 조문단장 역할을 맡은 김기남(83) 노동당 비서는 2005년 8·15행사 때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었다. 당시 북한 정부 대표단장이었다. 그는 당 선전담당 비서와 당 역사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노동당의 중추 역할을 했다. 최근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 때 당 비서 중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 당 비서들이 대부분 고령으로 활동이 어렵지만 김 비서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 인사들 중 한국의 현지 분위기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측근으로 꼽힌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 최근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확인돼 민간 분야의 경제와 사회·문화 교류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 국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06년 6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 위원장 면담 때 국방위 참사 자격으로 배석하며 남북 관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전과 후 서울을 수차례 공개·비공개 방문하며 남북 관계를 직접 챙겼다.

원동연 아태 실장과 남북 장관급회담 대표였던 맹경일 아태 참사 등의 행보도 관심이다. 이들은 남북 교류가 활발할 때 실무를 책임졌던 ‘선수’로 불렸다. 이 때문에 조문단이 서울에 머무는 동안 우리 정부와의 직·간접적 접촉이 이뤄질 경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한 조문단은 21일 도착 직후 국회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는 것 이외의 일정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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