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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만섬’ 모아 이웃 돕기 제주화가 60명 한데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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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화가 이왈종(64)씨는 “한라에서 굽어보면 모든 인연이 그저 흘러간다”고 했다. “잡으려고 안간힘을 하는 인연도 제주 바람 한 점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썼다. 시 ‘제주에 가서’의 한구절에서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의 혼돈을 다독이는 ‘생활 속에서-중도’ 연작을 그리던 이씨는 1990년대 초 서울을 뒤로 하고 홀연히 제주로 떠났다. 동백 속에 사람이 파묻히고, 물고기가 새와 뛰노는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가 시작됐다.

이씨처럼 제주를 소재로 작업하거나 이 섬 출신인, ‘제주 화가’ 6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작품 126점이 ‘제주의 빛’이란 제목으로 22~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전시회는 화가들의 ‘이상향’ 제주에서 ‘나눔’이라는 의미도 찾는다. 정조 시대 흉년에 배곯는 도민들에게 곡식을 나눠준 의인 김만덕(1739~1812)은 제주의 또다른 상징이다. 장사로 큰 성공을 거두어 얻은 재산을 곡식으로 바꿔 베푼 이 선행으로 그는 여성의 벼슬 중 가장 높은 ‘의녀반수(醫女班首)’에 올랐다.

전시를 주최하는 ‘월간 미술세계’와 ‘김만덕기념사업회’는 그 뜻을 이어 전시 수익금 전액을 쌀로 바꿔 저소득층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10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시 수익금으로 구한 쌀과 각지에서 기부받은 쌀을 쌓아놓고 ‘김만덕 나눔 쌀 만섬 쌓기’ 행사 및 자선공연을 열 예정이다. 무료 급식소 900여 곳과 30여 개 생활시설 등에 쌀이 전달된다. 전시 참여작가는 강승희·고경훈·고영훈·박광진·서성봉·이기조·이왈종·홍진숙씨 등이다.

김호정 기자

▶‘제주의 빛’전=22~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547-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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