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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 4인, 충무로와 대학로를 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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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지훈 감독(‘화려한 휴가’)이 ‘연극열전’ 시리즈 중 최고 히트작인 ‘늘근도둑이야기’를 장기 공연 중이고, 한지승 감독(‘싸움’)이 ‘신의 아그네스’를 연출하거나 대학로 출신 장진 감독이 충무로와 대학로를 오가고 있지만, 스타 감독들이 100% 창작극을 연작 형태로 공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대학로에 활기를 불어넣은 ‘연극열전’ 이후 연극 무대에 대해 고조된 관심을 반영한다는 평이다.


‘감독, 무대로 오다’는 올 11월부터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작품당 2개월씩 8개월간 계속된다. 공연 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연극과 영화가 교류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사례로도 주목 받고 있다.

11월17일 첫 무대는 류장하 감독의 ‘엄마, 바다에 묻다’다. 류 감독이 직접 극본을 썼다. 실패한 연주자 최민식이 시골 마을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감독은 “극중 최민식이 술에 취해 어머니에게 전화 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이미지에서 연극이 출발한다”며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두 번째 주자는 허진호 감독. 이번 릴레이 연극에 깊숙이 관여해 자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허감독은 “기존 연극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이벤트성에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며 “컷(Cut)으로 나눠진 영화 연기와는 다른 긴 호흡의 연극 연기법을 경험해보고, 새로운 이야기 전달방식을 통해 영화작업에 자극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감독은 원작 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한·중 합작영화 ‘호우시절’의 국내 개봉(10월)을 앞둔 허감독은, 중앙일보가 특종 보도한 독일인 이산가족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을 다룬 ‘인 드림즈’(가제)의 영화화에도 착수했다. 이 작품은 올 부산영화제 PPP(Pusan Promotion Plan)의 공식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내년 4~5월 무대에 설 장항준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한, 충무로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이다.

일본의 코미디언 출신 거장 감독 기타노 다케시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영화의 탄생’을 선보인다. 3류 영화감독이 재일동포 사업가 일대기를 영화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데 알고 보니 야쿠자 보스라는 설정의 코미디다. 장 감독 특유의 포복절도할 코믹 감각이 기대된다.

마지막 주자로는 충무로의 ‘지성파’ 김태용 감독이 나선다. 2004년 연극 ‘매혹’을 연출하고 2008년 제천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서 한국 최초의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복원영상과 함께 무대극 형태로 꾸며 호평 받은 바 있다. 작품은 미정이다.

‘연극열전’ 프로그래머인 영화배우 조재현은 “영화 감독들의 연극 연출이 대중의 관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한다”며 “‘늘근도둑이야기’의 김지훈 감독이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이 작업하는 것처럼, 일회성·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연극 미학을 구축하는 데까지 열정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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