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수군서 작성한 사료 5종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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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 제작 연월일.제원.재료 및 병력편제.병사현황 등을 자세히 기록한 5종의 문서가 동시에 발견돼 거북선과 당시 수군의 실상을 밝히는 결정적 계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거북선 및 수군에 대한 기록이 '비변사등록 (備邊司謄錄)' 등 훨씬 후대인 18세기 말의 2차 문헌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임란 당시 수군기지인 수영 (水營)에서 직접 작성한 '수군절목 (水軍節目)' 들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1차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자료는 서지학자 이종학 (李鍾學.독도박물관장) 씨가 수년 전 경남 통영의 한 가옥에서 벽지로 사용됐던 것을 입수해 이순신 (李舜臣) 장군 순국 4백주년을 맞아 21일 공개했다.

모두 23쪽의 자료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임란 발발 다음해인 계사 (癸巳.1593) 년 9월 거북선 한 척을 제작했다는 보고서다.

직함을 나타내는 '사 (使)' 와 함께 수결 및 직인이 명확하게 찍혀있는 이 자료는 거북선이 길이 12발 (把.약 18m).높이 14척 (尺.약 4.8m) 이라고 명시하고 대나무 돛대를 앞뒤로 두개 달았다는 등 제원을 명시해 임란 당시 거북선의 모습을 처음으로 밝혀주고 있다.

이순신이 수군통제사로 임명된 계사년 8월 이후 문건이어서 당시 이순신이 직접 거북선을 제작한 기록으로 추정된다.

함께 나온 자료 중 임란 발발 7개월 후인 임진년 11월 거북선의 노젓는 병사가 도망가 병력보충을 명하는 명령서엔 특히 명 (明) 나라 연호인 '만력세 (萬曆歲)' 임진년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이것이 임란 당시 문서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수백종에 이르는 전함 제작의 재료목록과 무기현황, 당시 군의 편제와 병력현황은 거북선은 물론 당시 수군 및 전쟁 양상을 파악하는 데 주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군의 편제를 보여주는 자료에는 '선두무상 (船頭舞上)' '화포교사 (火砲敎師)' '도노장 (都櫓長)'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직책과 각 직책에 해당하는 병사의 이름.나이.거주지.얼굴색.건강상태 및 아버지 이름이 기록돼 있

다.

특히 8명의 노장 (櫓長) 아래 각각 6~8명의 노군 (櫓軍) 이 배치돼 있어 선박 양쪽에 각 8개의 노 (櫓)가 운영됐음도 보여준다.

박병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서지학).박태근 (명지대.서지학) 교수는 "이들 자료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임란 당시 거북선과 수군의 전모를 밝혀주는 생생한 자료" 라고 평가했다.

김창호.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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