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인디밴드 세 팀 나란히 2집 음반 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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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언더그라운드 음악계. 자연 가슴속의 작은 앙금마저 털어낼 만한 요란하고 강렬한 펑크.하드코어 음악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밴드 3팀이 나란히 2집을 발표한다.

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이전보다 성숙하고 대중성있는 음악세계를 펼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새 밴드 '원더버드' 결성을 위해 권병준.박현준.손경호가 탈퇴, 진로가 불투명했던 '99' 는 멤버를 대폭 교체하고 새출발을 선언했다.

기존의 성기완 (기타)에 이새롬 (랩).최소희 (베이스) 등 젊은 멤버들이 보강됐다.

즉흥성에 의존한 실험적인 록을 보여줬던 첫 음반과는 달리 2집에는 힙합.록.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섞었다.

신나는 록 비트에 랩을 엮는 등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흥이 나면서도 매끄러운 느낌. 음반 후반부에는 몽롱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도 실어 더욱 재미를 준다.

2년만에 새 음반 '후일담' 을 발표하는 '언니네 이발관' 은 강렬한 록 사운드에 포크풍 보컬이 어우러지는 스타일의 모던록 밴드다.

단순하고 깔끔한 록큰롤풍의 1집과 달리 변화무쌍한 리듬과 기타 효과음이 강조돼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무채색의 시각적 이미지가 떠오른다.

리더 이석원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더 밝고 편해져 팬들에게 만족을 줄 것 같다.

특히 '언제부턴가 때로 터널을 들어가지/그곳이 더욱 환하기에' 라는 가사의 '어제 만난 슈팅스타' 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젊음의 느낌을 담아 가슴 한 구석을 지그시 누른다.

초창기 '드럭' 멤버이면서도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단적인 위치에 있던 이들답게 클럽과 방송을 병행하며 폭넓은 활동을 펼칠 계획. 지난해 데뷔했으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청바지' 도 '사계' 를 발표했다.

'오버' 에서도 듣기 힘든 순수한 포크 음악. 중학생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냈던 안준희 등 3명의 멤버는 마치 지난날을 추억하듯 정겨운 멜로디에 일상사를 녹여냈다.

마치 산울림과 동물원을 섞어놓은 듯 편안하면서도 잔잔하다.

특히 앨범 제목처럼 계절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담은 '컨셉트 앨범' 성격을 갖고 있다.

봄에는 풋풋한 사랑을 떠올리고, 여름에는 바다를 보러가고,가을엔 단풍놀이 떠나고, 겨울엔 첫 눈이 온다는 식이다.

'게릴라 폭우' '단풍' '외로운 연인들' 등은 기발한 구성이 돋보인다.

기계음만이 판을 치는 요즘,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는 안식처로 다가온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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