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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불법행위 이제 꼼짝 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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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한 주차장. 이모(34)씨가 지난달 말 33㎡의 부지에 음식점 신고를 하지 않고 천막에다 통닭 튀김용 솥 10개를 들여 놓고 피서객들에게 통닭 70여 마리를 내다 팔았다. 이씨는 주로 백사장에 있던 피서객들의 주문을 받아 오토바이로 통닭을 배달해 줬다. 이 주차장에 있던 1t 냉동 탑차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 7.5㎏ 짜리 11상자(100여 마리)가 들어있었다.

이씨의 불법영업을 적발한 것은 부산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광역전담반이었다. 6월 말 발족한 부산시 특사경 광역전담반은 지난달 1일부터 최근까지 해수욕장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26개 업소를 적발, 26명을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피서철 해수욕장에 집중단속이 벌어지기는 처음이다.

부산지역 해수욕장에 부산시 특사경 광역전담반의 출동이 잦아지고 있다. 특사경 광역전담반은 해운대·광안리·송도 등 4개 해수욕장이 개장 한 뒤 주로 식품 원산지 표시,미신고 영업, 바가지 요금, 청소년 탈선, 오수시설 점검, 의약품 등 주로 6개 분야를 집중단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피서철 해수욕장 불법행위는 관할 구청에서 단속을 해왔지만 행정구역 경계를 뛰어 넘는 단속은 할 수 없었다. 주로 계도와 교육위주의 단속이었다. 그러나 특사경 광역 전담반 24명은 부산지검에 파견 나온 지도검사(사법보좌관)의 지도를 받아 피서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다른 자치단체 해수욕장도 단속한다.

이번 단속에서 미용업 신고를 하지 않고 피부관리실을 차려 놓고 피서객들의 피부를 관리해 주다 적발된 10곳이 대표적이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불법 피부관리실이 많은 것을 보고 다른 해수욕장도 단속한 것이다. 해수욕장 주변 약국을 뒤져서 무면허 약품조제와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진열·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4곳도 적발했다.

상인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 식당 주인 김모(52)씨는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잘 하고 있는데 지나친 단속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 말했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지원팀 도윤경(27·여) 사무관은 “해수욕장 불법행위가 사라지면 피서객들에게 신뢰감을 줘 오히려 지역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마구잡이 저인망식 단속을 피하고 기획수사 중심으로 운영하겠다. 많은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특별사법경찰관=경찰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면서 경찰과 같은 수사·단속 활동을 하는 사람. ‘사법경찰관의 직무에관한 법률’에 의해 검사장(부산지검장)의 지명을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 부서를 떠나면 일반공무원으로 복귀한다. 현장 공무원의 전문성을 활용,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생긴 제도다. 서울·부산·인천·대구시, 경기·충남도에서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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