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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퀸 작품전… 19일부터 예술의 전당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 '영화배우 앤서니 퀸이 요즘 화가.조각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이제 일생동안 쌓아올린 창조적 정신을 대중과 함께 나누려 하고 있다. "

UN이 88년 세계인권선언 선포 40주년 기념 우표에 앤서니 퀸 (82) 의 그림을 선정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으며 '길' '25시' '노틀담의 꼽추' '나바론' 등의 대표작으로 이름을 떨친 이 노배우가 미술분야에서 배우에 버금가는 경력을 쌓아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사실 그는 9세때 캘리포니아 주 학생공모전에서 조각으로 입선한 이래 쭉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아들 로렌조 (32) 역시 조각가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19일부터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앤서니 퀸과 로렌조 퀸' 전 (주최 중앙일보.주관 헤나 - 켄트협회) .하와이 전시에서 솔드 아웃 (매진) 을 기록했다는 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앤서니 퀸의 조각 23점, 판화 19점, 회화 10점을 비롯한 부조 등 총 60점의 작품 (로렌조는 37점) 이 공개된다.

연기나 그림.조각 모두 '영감' 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고된 일이기에 이번 전시는 배우로서의 뛰어난 감수성이 분야를 바꿔 발휘되는 '또 다른 창작활동' 이란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가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82년 하와이 센터아트갤러리 전시회. 그때부터 쭉 작품 경향은 청동.대리석 소재의 인체조각과 사물의 형태를 왜곡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목재조각이 주를 이룬다.

이번에 전시되는 '조르바의 영혼' '조르바의 노래' 는 64년 출연작 '그리스인 조르바' 에서 이름을 딴 것. 이 두 작품과 함께 '파괴된, 그러나 패배하지 않은' 등은 역동적이고 끈질긴 모습으로, 삶에 대한 의욕이 충만해있음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오직 춤만이 인생의 혼란과 어리석음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며 지나친 이성과 억압에 반대하는 자유인 조르바의 대사가 어울리는 대목이다.

'아즈텍 선조' 등 목재조각은 피카소 풍. 거침없는 색채 구사와 형태의 변형이 특징이다.

석판화 '인디언 연작' 도 이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온통 뒤틀린 모습으로 연인과 아내를 그린 피카소와 달리 그의 여성 묘사는 한없이 따사롭다.

이 연작에 대해 미국잡지 '아트 앤 앤티크' 의 미술에세이스트 패트릭 파체코는 " '피에타' (대리석) 는 경외롭고, '아름다운 여인' (종이부조) 은 고상하며, '이브' (세리그래프.동판화의 일종) 는 감각적이고, '오달리스크' (종이부조) 는 고전적이다.

실로 여성을 사랑하며, 그들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고 논평했다.

리타 헤이워스, 잉그리드 버그만 등 수많은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렸던 사생활과 연관이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15일 오전 내한하는 퀸은 약 열흘 가량 머무르며 대구.경주.부산을 방문한다.

KBS '사랑의 리퀘스트' (19일) 를 비롯, 방송출연도 할 예정. 입장료 수익의 10%는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쓰인다.

내년 1월31일까지. 성인 4천원, 중고생 3천원, 어린이 2천원. 02 - 552 - 1175.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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