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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과반이 당론에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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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상임중앙위원들이 3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위상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4.30 재.보선 참패에 이어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과거사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도 반란표가 과반을 넘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3일 국회 본회의 직전 의원 총회에서 강경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안 과거사법 수정안의 당론 추인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 참여한 열린우리당 의원 122명 중 문희상.정세균.원혜영 의원 등 59명이 찬성한 반면 유시민.최재천.정청래 의원 등 51명은 반대하고 장영달.한명숙.이미경 의원 등 12명은 기권했다. 결국 과반이 넘는 63명이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 특히 반대와 기권엔 장영달.유시민.한명숙.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을 비롯, 박영선 의장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대폭 포함됐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右)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3일 의원총회에서 4.30 재.보선 당선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김형수 기자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한건주의에 집착해 오히려 손해만 봤다"며 "국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의원들까지 원치 않는 일을 추진해 지지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내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 중 일부까지 반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오늘 보니 '포퓰리스트'들이 좀 있더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원내대표는 "어차피 통과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의원들이 부담없이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박근혜.강재섭.이규택 의원 등 92명이 찬성하고 유승민.전여옥 의원 등 9명이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은 출석의원 9명 전원이 반대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강경파는 이날 과거사법 재수정안이 표결로 통과되자 "밀실야합은 개혁 포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여당 강경파는 통과된 과거사법이 조사 대상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을 포함한 것이 "민주인사도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본회의까지 이어진 논란=과거사법 재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에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재야파 소속인 유선호 의원은 "여.야 합의안은 국가권력의 무오류성과 절대성을 못박음으로써 진상규명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며 "이 법안은 과거 민주운동가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운동권 출신인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도 "소수 지도부가 구석방에서 법을 주무르는 것은 국회의원에 대한 모독행위"라며 "색깔론 논쟁을 부를 만한 법을 만든다는 것은 당리당략적 사고"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정안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여야 모두에 고통스러운 것이었다"며 "과거사를 정리하고, 대화.합의의 출발을 위해 고민 끝에 합의한 수정안인 만큼 부족하나마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신용호.강주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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