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존위기 절박감 속 현정은 승부수 일단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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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사업 구하기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 이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금강산·개성관광이 모두 중단돼 지난달까지 13개월간 총 15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 협력업체 손실까지 합치면 약 2100억원에 달한다. 1084명이던 직원은 수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절반 아래인 411명으로 줄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최근 “내년 2월까지 회사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할 정도였다.

현 회장은 이런 절박감 속에 10일 평양으로 향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찬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금강산 관광 등 대북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또 한번 기대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대북사업의 전기가 될 ‘선물’을 받았다. 2005년 김윤규 전 부회장을 경질하자 북측이 반발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위기를 맞자 현 회장은 그해 7월 김 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고비를 넘겼다. 2007년 10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동행해 백두산 관광 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현대그룹이 갖기로 잠정 합의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회장은 최소한 김 위원장에게서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이를 우리 정부에 전해야 한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지자 한국 정부가 중단시켜 재개를 위해서는 다시 허가를 해 줘야 한다. 당시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조건으로 ‘사과-진상조사-재발 방지’를 앞세웠다. 따라서 김 위원장과 이번 만남에서 어떤 약속을 받았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큰 방향 전환을 이룰 수 있지만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의 대북사업 관련 말 말 말]

■ 2006년 10월 11일=“금강산 관광객이 단 한 분만 있더라도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에서 북한 핵실험에 따른 금강 산관광 중단 여론에 반대하며)

■2008년 10월 16일=“대북사업 의지는 변함이 없다. 계속하겠다.”(서울 서초동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지점 개설행사에서)

■ 2009년 7월 4일=“대북사업을 포기하지 말고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가자”(한강 거북선 나루터에서 임직원 체육행사에 참석해)

자료:현대그룹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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