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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아시안게임 야구대표 주성로 감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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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야구 역사상 가장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거느린 감독. 제13회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이른바 드림팀의 주성로 (朱性魯.46) 감독이다.

朱감독은 아시안게임 야구 첫 금메달의 숙원을 풀기 위해 '코리안 특급' 박찬호 (25) 에게 태극마크를 달게 했다.

이번 대표팀은 박찬호와 임창용 (해태) 등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과 김동주 (OB).박재홍 (현대).강혁 (아마 현대) 등 국내 프로와 아마의 강타자들이 총 망라된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지난 14일 제주도에 모여 호흡 맞추기를 시작한 대표팀은 29일까지 국내훈련 일정을 모두 소화했고 다음달 2일 방콕 현지로 떠나 마지막 조율에 들어간다.

제주도 오라구장 현지에서 만난 朱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을 결산하며 "금메달이 반쯤 보이는 것 같다" 며 조심스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이제 야구대표팀의 국내 전지훈련이 마무리됐습니다.

국내 프로팀과의 세차례 평가경기를 비롯한 15일간의 훈련내용을 결산해주시죠.

"훈련성과에 만족합니다.

걱정했던 날씨도 좋았고 선수들의 분위기도 솔선수범하는 바람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또 평가경기를 통해 선수단의 기술적인 단점을 찾아낼 기회도 있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차례 치른 평가경기가 욕심보다 1~2게임정도 적었다는 것입니다.

대학선발과의 경기를 추진했었는데 여의치 않았습니다.

다음달 2일 현지로 떠나면 5일정도 더 훈련할 기간이 있으니까 훈련량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

- 프로.아마 혼성으로 짜인 '드림팀' 이 구성되면서 단체경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팀워크가 핫이슈로 떠올랐고,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뛴 박찬호가 이른바 '왕따' 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저도 많이 의식했던 부분입니다.

특히 박찬호의 경우는 많은 역할을 해주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예외는 없다' 였습니다.

박찬호부터 막내 강철민 (한양대 1년) 까지 똑같이 대했습니다.

반면 개인훈련과 몸관리 부분은 프로선수들의 경우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줬습니다.

감독인 저 말고도 신현석.이기호.박병준 등 세명의 코치들이 선수들끼리의 거리감을 없애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습니다. "

- 결과는 어땠습니까.

"금메달을 따면 병역면제라는 혜택이 주어지는 당근이 선수들에게 스스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발판이 됐습니다.

또 박찬호를 비롯한 프로선수들도 대학시절 대표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신의 일정관리를 충실히 해줬습니다.

팀워크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 이번 대표팀이 프로와 아마의 '해빙무드' 에 앞장설 것이라는 기대가 많습니다.

또 아마지도자로서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선수들에게 느끼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그동안 프로와 아마가 서로를 비난하고 공조체제를 이루지 못한 것은 대학과 프로의 스카우트 경쟁 탓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최근 지도자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서서히 얼음이 녹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아마가 섞인 이번 대표팀은 국내 아마.프로야구의 활성화에 한몫을 하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결과가 좋아야지요. 국내 프로선수들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국내 프로선수들의 경우 자기관리는 참 잘합니다.

단체 행동도 필요할 때는 말하지 않아도 챙깁니다.

그러나 먼저 나서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마지막 순간에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강동우 (삼성) 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만일 금메달을 딴다면 현재 훈련중인 선수 가운데 몇명이나 병상의 강동우에게 전화라도 걸어 아쉬운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회의적입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기 전에 동료와 남을 먼저 생각하는 깊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국내 프로야구에 팽배해 있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최근의 사회분위기와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

- 이제 내일 모레면 현지로 떠나게 됩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일본.대만과 3파전을 벌일텐데 두 팀에 대한 전력평가와 대비는 끝내셨는지요.

"일본과 대만은 84년 국가대표팀 코치가 되면서 모두 국제대회에서 10번 넘게 경기를 치러봤습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할까요. 이번에 두 팀은 12월 2일부터 4일까지 맞대결로 평가전을 치릅니다.

이때 경기를 분석하기 위해 정보원을 파견, 충분한 대비를 하겠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하고 초반에 상대의 기를 꺾고 들어오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앞서기 때문에 초반 실점만 막아준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습니다.

대만은 정반대로 후반에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스타일입니다.

우리가 여유있게 대처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일본과는 5점 이하에서, 대만과는 5점 이상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봅니다.

결국 일본전에는 타자들이, 대만전에는 투수들이 잘 해줘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 대표팀은 지난 91년 아시아선수권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모두 감독의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애정 (?) 탓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서재응.황우구.장영균 등 朱감독의 소속팀인 인하대 선수들 3명을 과보호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박찬호를 다루는 것보다 더 예민한 부분입니다.

축구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차범근 감독의 월드컵 대표팀의 경우 선수기용을 둘러싸고 車감독이 구설수에 오른 것도 저에게는 훌륭한 교훈이 됐습니다.

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며 해당 선수들에게도 주의를 줬습니다.

또 그만큼 기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라서 필요한 경우에 자신들의 몫을 해낼 수 있을 때 기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

- 한국선수단의 아시안게임 33개 참가종목 가운데 야구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찬호를 비롯한 스타플레이어도 많고 종합 2위를 놓고 경쟁을 벌일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이런 주위의 기대가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요.

"물론 신경도 많이 쓰이고 잠도 잘 안옵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선수들을 데리고 중요한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제게 주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매스컴이 떠드는 팀치고 잘된 팀 없다' 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드림팀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꼭 금메달을 따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야구 중흥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 주성로 감독은…

▶1952년 9월 7일 부산 출생.

▶부산중 2년 때 야구 시작, 부산고에서 언더핸드 투수로 활약.

▶71년 한일은행 입행, 해병대 입대. 해병대 해체로 공군 제대 후 한일은행에서 77년 중반까지 현역 생활.

▶77년 부산고 감독으로 지도자 변신.

▶82년 부산산업대 (현 경성대) 창단감독. 84년 28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쿠바) 부터 국가대표팀 투수코치.

▶85년 휘문고 감독. 86년부터 지금까지 인하대 감독. 97년 애틀랜타 올림픽기념 4개국 야구대회 (일본 오사카) 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부인 정경자 (46) 씨와 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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