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뱃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7호 11면

그들은 새벽부터 갯바위에서 긴 낚싯대를 바다에 처박고 온종일 울렁거리는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으로 식량 공급에 따라나섰습니다. 꼼짝없이 꼼짝 못하는 갯바위에서 발동선 소리에 손을 흔들어 댑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갯가는 음력으로 살아갑니다. 썰물과 밀물 사이, 물 흐름이 정지되어 죽은 물이라는 ‘무수’가 두 날 지났습니다. 점점 살아나는 물은 바뀌는 날만큼 속도가 빨라집니다. 물이 격해지면 낚시가 힘들답니다. 이 모두를 계산에 넣고 떠난 여행입니다. 육지 길로 네 시간 걸린 진도서항. 다시 뱃길로 바쁘게 두 시간 걸린 만재도. 쉽지 않은 여행길입니다.

방파제를 걸으며 깊은 바다에 마음을 던지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려 재잘대는 동굴, 둥글한 자갈밭 소리도 듣습니다. 미역 손질 바쁜 할머니에게 말붙여 훼방도 놀며 심심해 보이는 시간을 바쁘게 보냅니다. 꾼들은 갯바위에서 돌돔 낚시를 즐기지만 저는 할 일 없음을 즐깁니다. 물론 견마지로를 다한 꾼들이 베푼 돌돔의 쫄깃함으로 소주병을 비우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여행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