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취재]폐부동액 연2만톤 하수구에 버려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4일 오후 서울서초구서초동 D카센터. 정비사 崔모 (28) 씨가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캡을 열자 녹갈색의 혼탁한 폐부동액이 차 밑에 받쳐놓은 플라스틱 대야에 쏟아진다.

崔씨는 부동액 교환을 마치자 대야에 가득 찬 4~5ℓ 분량의 폐부동액을 하수구에 쏟아 붓는다.

폐부동액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밀폐된 용기에 보관한 뒤 지정업체에서 수거, 소각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 하지만 이 업소가 부동액을 따로 보관하는 용기는 보이지 않는다.

"수거업체에 연락해 봐야 오지도 않아요. 소량이라 수지가 안맞는다는 거죠. 보관할 장소도 없고…. 요즘 하루 10대쯤 교환하는데 폐부동액은 모두 하수구에 버리고 있어요. " 연간 2만t (10만드럼)에 이르는 맹독성 폐부동액이 허술한 법망을 피해 하천과 토양에 마구 버려지고 있다.

폐부동액은 화학적산소요구량 (COD.46만) 이 폐수배출 허용치 (1백50) 의 3천배나 되며 납.카드뮴 등 중금속을 함유한 독성 오염물질. 또 부동액의 주원료인 에틸렌글리콜 (EG) 은 중추신경 기능저하와 간.신장 등 장기에도 심각한 손상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부동액은 대부분 주거지역에 위치한 자동차정비업소에서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버려져 환경파괴는 물론 주민 건강까지 위협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폐부동액의 수거.운반 및 소각처리를 대행하거나 소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90년 폐부동액을 지정폐기물로 지정, 전문업자가 소각처리토록 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폐기물관리법에 규정했다.

그러나 본지 기획취재팀이 입수한 환경부 폐기물관리과.한국자동차정비사업조합연합회.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협회 등의 폐부동액 처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만여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수거.처리된 폐부동액은 연간 소비량 (2만t) 의 3%에도 못미치는 6백10t에 불과했다.

게다가 환경부에 신고된 이같은 처리실적마저도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분정비업소를 운영하는 金모 (51) 씨는 "96년 경기도 안산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와 위탁수거계약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거해간 적이 없으며 장부만 적당히 작성해 보고하고 있다" 고 털어놨다.

이처럼 폐부동액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하수구에 버려도 뚜렷한 흔적이 남지 않고 소규모 정비업소가 전국에 산재해 수거.운반이 어려워 수거.처리업체들이 경비 문제로 수거를 꺼리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대의 대형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인 경기도 안산시 C.D.S사 관계자들은 "우리는 폐유나 고형 폐기물 소각처리만 하고 폐부동액은 정비업소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환경부 김학엽 폐기물관리과장은 "자동차관리법 규정에 따라 폐부동액 재생기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정비사업조합이나 부분정비협회 등을 통한 폐부동액 공동수거를 활성화해 폐부동액의 무단 방류를 줄여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김우석.이훈범.정제원 기자

제보 : 02 - 751 - 5222~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