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스포츠] 바리톤 김동규 교수 “장애물 훌쩍 뛰어넘는 묘미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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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교수가 분당승마클럽에서 말을 타고 있다. [조진영 인턴기자]

“어릴 적 꿈이 말을 타고 초원을 한없이 달려보는 것이었어요. 국내에서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현 가능성이 점점 커져가네요.“

멋진 카이저 수염과 호탕한 웃음소리가 정겨운 바리톤 김동규(44·강남대 석좌교수) 씨는 7년째 승마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올해 3월 경기도 용인시에 개장한 분당승마클럽의 1호 회원이자 가장 열성적인 멤버이기도 하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CBS FM의 클래식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하는 그는 방송이 끝난 뒤 곧바로 용인으로 가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말을 달린다.

김 교수는 승마의 매력을 “사람과 말이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말의 리듬과 움직임에 사람이 적응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게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사람이 말을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 단계가 지나야 비로소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돼 장애물도 훌쩍훌쩍 뛰어넘게 된다는 것이다. 준프로급 실력을 자랑하는 김 교수는 말과 함께 높이 1.5m 장애물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이때 말에 가해지는 충격이 3∼4t에 이른다고 하니 웬만큼 숙달되지 않은 사람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김 교수는 7년 전 지인의 권유로 엉겁결에 말에 올라탔다가 ‘헤어날 수 없는 승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말 위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기분이었고, 말과 호흡을 맞추며 평보-경속보-속보-구보 순으로 단계를 올려가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한다. 리듬을 타야 하는 승마의 특성이 자신의 음악세계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는 자식처럼 돌보던 애마 칼리도아(13살)를 최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방송 진행과 공연 때문에 바빠지면서 제대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요즘 그 녀석이 계속 꿈에 나타나고 보고 싶어 아무래도 다시 사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승마가 일부 부유층만이 즐기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을 개인적으로 소유할 경우 돈을 꽤 투자해야 하지만 말을 빌려서 타면 골프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승마클럽은 말 대여와 레슨을 포함해 총 10회 이용료로 50만원을 받는다.

김 교수는 승마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예찬했다. 그는 “승마는 관절이나 인대 등에 부담 없이 바른 자세를 만들어 주지요. 특히 하체 힘이 좋아져 밤 생활이 즐거워집니다”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이가 더 들면 초원에서 말을 키우며 살고 싶다는 김 교수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말타기의 묘미와 즐거움을 한 번이라도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승마 시설 활성화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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