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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살리기에 강원도 빼면 안 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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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에는 ‘물의 나라(Water domain)’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나라’라고 하기는 너무나 작은 강원도 화천군이다. 이 지역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는 외지에서 매년 100만 명이 넘게 찾는다. 1000개를 웃도는 한국의 축제 가운데 ‘인기 있는 축제’ 순위가 위에서 서너째다. 믿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와본 사람은 알게 된다. 짜릿한 손맛과 훈훈한 인정을 맛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는 그곳 주민과 공무원들의 마중물 같은 희생의 산물이며 지혜의 결과물이다.

정월 대보름날 북한강 자락에서는 달이 뜨기를 기다려 간절한 의식이 치러진다. 이른바 ‘어부식’이다. 오곡밥을 한지에 싸서 자식들의 나쁜 운수를 물리쳐 달라고 비는 밥 공양이다. 자식을 위한 한없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정화수 한 그릇을 올려놓고 기원하던 고축(告祝)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고 다시 책을 펼쳐 들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강변에서 물을 떠놓고 지내는 의식에서 무르지만 강인한 물의 힘이 느껴지곤 했다.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2012년까지 22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강만 살리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비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비전을 담고 있다. 또 지역균형발전과 녹색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선진국 수준의 국토 재창조 전략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사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주문하고 싶다. 그것은 경제 살리기 의도 못지않게 문화와 생명이 흐르는 지속발전의 로하스 녹색성장과 활인(活人)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이다.

한강의 떼꾼아라리라는 노래에는 ‘강원도 뗏목장수 뗏목 뺏기고 울고 가고’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이 뗏목 빼앗기고 우는 상황과 비슷하다. 4대 강 살리기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강원도의 강 살리기가 빠졌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의 원류가 강원도에 있다. 어떤 축제의 구호처럼 ‘이렇게 좋을 수(水)가 없는’ 청정수를 20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시범도시로 선정된 강릉을 비롯해 강원도는 높은 산과 깨끗한 물이 어우러진 녹색환경의 보고다. 여름에는 해변이 가득 차고 겨울에는 스키장이 붐비는 강원도는 사시사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산자수명한 휴양지다. 이곳에도 4대 강 살리기라는 상생의 물이 흘러야 한다. 강원도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번 국책사업에서 ‘까치밥’의 나눔정신과 ‘마중물’의 동행 정신이 그립다.

장정룡 강릉원주대 교수·민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