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유망주]16.볼링 김숙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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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볼링 여자국가대표 김숙영 (27.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은 지난 겨울 훈련만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친다.

지난해 11월 평소보다 체중이 7㎏이나 불어난 상태에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김은 볼을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구력 12년만에 처음으로 볼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김은 포기하지 않았다.

강추위 속에 새벽부터 밤까지 육상트랙 돌기.계단 오르기 등 하체훈련에 열중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다시 레인 앞에 섰다.

김은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남들은 하나도 따기 힘들다는 메달을 6개나 목에 걸었다.

개인전.2인조에서 금메달 2개, 개인종합.마스터스에서 은메달 2개, 3인조.5인조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특히 개인전에서는 3백점 만점에 2백99점을 기록,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볼링을 접했다. 동네 볼링장에 우연히 들렀다 처음 친 게임 점수가 1백50점. 본인도 놀랐다.

이후 볼링에 빠진 김은 다음해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89년 국가대표로 뽑혔다.

파워 있는 볼링을 구사하는 김의 최대 강적은 말레이시아의 샤렝 (22) .네살 때부터 볼링을 시작한 샤렝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김과 금메달을 2개씩 나눠가졌다.

대표팀 이희경 감독은 "숙영이가 볼의 회전력과 파워에서 앞서는 반면 샤렝은 각종 대회에 자주 출전해 경기감각이 탁월하다" 고 두 선수를 평가한다.

결국 이들의 재대결은 김의 파워와 샤렝의 노련미로 압축된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레인 앞에 선 김숙영. 오늘도 볼링장이 떠나갈 듯 "파이팅" 을 외치는 김에게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투지가 묻어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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