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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파도’에 쓸려간 43명 아찔 35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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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 모습은 3망루에 있던 119구조대원들에게 목격됐다. 구조대원들은 부산소방본부 해운대 수상구조대 상황실에 곧바로 통보했다. 소식을 접한 상황실은 “이안류(離岸流·rip current) 상황 발생, 수상오토바이 3망루 앞 12시 방향 출동”이라고 무전을 날렸다. 이안류는 해안으로 밀려오다 갑자기 먼바다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해류로 폭이 좁고 빨라 해수욕장 물놀이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사고 당시 파라다이스호텔 앞 해변엔 50m 해상(1차 수영통제선)까지 피서객 100여 명이 있었고 43명이 이안류에 휩쓸렸다. 26명은 튜브를 타고 있었고 나머지 17명은 튜브 주위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에는 너울성 파도가 치고 있었으나 수영금지 상태는 아니었다.

상황 발생을 통보받은 고속구조정 3척과 수상오토바이 2대는 현장으로 시속 80㎞의 속력으로 달려갔다. 백사장에서 근무를 서던 119구조대원 10여 명은 오리발을 차고 맨몸으로 이안류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안류를 타고 떠내려간 피서객에게 빨리 접근하기 위해서다. 대원들은 평소에 이안류를 타고 가다 탈출하는 훈련을 자주하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해변에서 100m 떨어진 2차 수영통제선까지 떠내려간 임모(19)양 등 43명 전원을 구조한 시간은 오후 2시20분. 상황 발생 35분 만이다. 26명은 보트에 태웠고, 나머지 17명은 119구조대원이 튜브에 태워 끌고 나왔다. 구조된 김모(23)씨는 “물놀이를 하던 중 갑자기 빠른 파도에 휩싸여 깊은 바다 쪽으로 떠내려 갔다”며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익사할 수도 있었다”고 아찔한 사고 순간을 전했다.

13일 오후 1시45분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이안류가 발생, 물놀이하던 피서객 43명이 100여m쯤 먼바다 쪽으로 갑자기 휩쓸려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명조(45) 해운대 119수상구조대장은 “피서객들이 당황하지 않고 튜브를 놓치지 않아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모두 구조할 수 있었다”며 “이안류 발생에 대비해 평소 훈련을 많이 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는 이안류가 자주 발생한다. 올 들어 19건의 이안류가 발생해 47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43명이 이안류에 휩쓸리기는 처음이다.

부산소방본부는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협곡과 암초가 많은 곳에서 이안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개장을 앞두고 이안류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여 해수욕장별로 서너 곳의 이안류 발생장소도 GPS 좌표로 확인해 두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파라다이스 비치 호텔 앞, 시클라우드 호텔 앞, 글로리 콘도 앞 세 곳의 백사장에서 50∼60m쯤 떨어진 바닷속이 발생 예상지역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이안류=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와 해변의 어느 장소에 모였다가 먼바다 쪽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이다. 역조(逆潮)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흐름은 파고·주기·해안지형·해저지형에 따라 변화하고 장소나 강도도 일정하지 않다. 해류의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르다. 이안류는 먼바다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퍼지면서 소멸한다. 이안류에 휩쓸릴 경우 해변 방향으로 45도 각도로 수영을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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