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계좌추적권 3년간 허용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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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논란을 거듭해온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금융기관 계좌추적권 부여문제가 '3년간 한시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가 재벌개혁을 위한 한시적 필요성을 인정, 각계의 이견 (異見)에 맞서 공정위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윤철 (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부당내부거래를 철저히 뿌리뽑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이 영구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으나, 한시도입에 대해서도 법무부.재정경제부 등 타 정부부처와 정치권 일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희망사항' 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달중 3년 후 자동폐지를 전제로 공정위에 계좌추적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 이번 정기국회중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어떻게 추진되나 = 당초 공정위는 금융기관에 대해 직접 금융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었으나 청와대는 금감위원장을 경유해서 받는 쪽으로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번 5대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때 모그룹 계열 증권회사의 후순위채를 매입한 특정금전신탁 계좌 관련자료를 금감위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면서 "따라서 공정위가 '상당한 법위반 혐의가 있다' 는 판단하에 요청할 경우 금감위원장이 거부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해야 할 것" 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을 30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철저히 한정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불공정행위까지 폭넓게 적용할 경우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 문제점은 없나 = 여기저기서 다양한 목적으로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되면 예금자의 비밀보호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실명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립대 최명근 (崔明根)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단 공정위에 금융실명제법상의 예외를 인정해주면 감사원 등 타기관에서도 앞다퉈 계좌추적권을 허용해달라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고 우려했다.

하나은행 김종렬 (金宗烈) 이사도 "공정위는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조사에만 한정한다지만 일반 예금자들에게도 심리적 불안효과를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며 자칫 금융거래 자체가 위축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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