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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佛농촌배경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가 주는 몇가지 당혹스러운 깨달음. 엄마와 고사리 손의 어린아이들이 일하는 프랑스의 농촌도 우리의 농촌과 별다를 게 없다는 것, 그곳에도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일곱이나 되는 그 많은 자식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섬세하고 강인한 어머니가 있다는 것….

또 프랑스영화라면 으레 도시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한정된 경험에서 나온 궁색한 상상력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29세 여감독 상드린 베이세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마지막에 '어머니께' 라는 자막이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끈다.

연극의 고향 아비뇽 출신으로 '퐁네프의 연인들' 로 잘 알려진 레오 카락스 감독의 운전기사로 일하다 영화에 입문한 감독의 독특한 이력도 관심을 끈다.

앞서 소개했듯 영화는 일곱명의 자식들을 사랑으로 감싸안고, 폭군같은 남편과의 갈등을 참아내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프랑스 남부 농촌에서 소처럼 일하는 어머니와 아이들은 아버지에겐 소작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이들의 어머니를 첩으로 두고 있는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줄 치즈와 땔감을 아까워할만큼 인색하고 의붓딸에게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형편없는 가장이다.

자칫 우리에겐 익숙한 한 편의 멜로드라마가 될 만한 얘기다.

하지만 아이들이 일하는 장면은 핸드헬드 (들고 찍기) 로 거칠게 잡아낸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을 통해 리얼리티의 힘이 살아난다.

흙먼지가 날리고 진흙이 질퍽거리는 농촌을 그려낸 대목도 "카메라를 연기의 한 중심에 세웠다" 는 감독의 말을 되씹게 한다.

무지하고도 모진 삶을 살아온 어머니가 비참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결국 선택한 것은 아이들과 보낼 마지막 크리스마스. 하지만 악몽같은 죽음직전에 가족이 맞이한 것은 온세상을 뒤덮을듯 쏟아져내리는 하얀 눈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한국에선 그다지 새롭지 않다' 는 것, 혹자에겐 감동을 더하고 혹자에겐 그것을 축소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21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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