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의 홍콩 에세이]홍콩신문의 상업주의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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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의 일간지 빈과일보 (빈果日報) 10일자를 펴든 기자는 깜짝 놀랐다.

'G4 (요인 경호부대) 특공대, 김대중 긴급 구출 (G4特工, 창救 '金大中' ) .' 10면 사회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들것에 실린 부상자가 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겨지는 '생생한' 사진 한장도 실려 있었다.

金대통령이 오는 19일 홍콩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게 만들 정도였다.

기사는 이보다 한술 더 뜨고 있다.

앞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자.

"어제 오후 2시쯤 마리 (瑪麗.퀸 메리) 병원 응급실 앞. 차 한대가 급정거했다. 10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뛰어내려 병원 주변을 차단한다. 리시버와 허리춤의 권총, 언뜻 봐도 경호원들이 분명하다.

냉랭하고 엄숙한 표정. 주변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5분후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차량 두대가 엎어질 듯 응급실 앞에 멈춰선다. 가슴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들것에 옮겨진다. 구경꾼들은 '김대중, 한국대통령 김대중이다' 고 외친다."

차마 더 옮겨적기가 민망할 정도다.

기사는 맨 뒤쪽에 가서야 '알고 보니' 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훈련상황임을 '고백' 했다.

선정성과 무례함도 이쯤 되면 가위 범죄수준이다.

같은 신문 1면에는 이 신문사 사장 명의로 된 전면 사과문이 실렸다.

얼마전 빈과일보 기자가 독자를 돈으로 매수해 사진연출을 한 일을 사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10면에 실린 '소설' 은 이 사죄가 '악어의 눈물' 임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 언론의 부풀리기 관행은 유명하다.

공신력있는 신문들도 있지만 대세는 선정적이다.

진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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