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공격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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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걸프해에 전운 (戰雲) 이 다시 짙게 깔리고 있다.

지난달말 이라크가 유엔특별무기사찰단 (UNSCOM) 과의 협력을 중단함으로써 촉발된 이번 군사충돌 위기는 10일 미국이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UNSCOM 단원 수십명도 11일 바그다드에서 긴급 철수하면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이날 미 동부해안에 머물던 엔터프라이즈호와 일본에 배치된 수륙양용 공격함 벨로우드호를 걸프해에 급파한다고 발표했다.

엔터프라이즈 항모 전단은 23일께 걸프해에 도착, 아이젠하워 항모전단과 합류하며 공격형 헬기와 해병대원 2천여명을 실은 벨로우드호도 26일 합류한다.

이번 조치로 걸프지역의 미 군사력은 순양함.구축함.전투기.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이 새로 배치돼 전체적으로 전력이 두배 가까이 증강된다.

이와 함께 아드리아해에 배치된 미사일 순양함 안지오호도 이번 주말께 걸프해에 도착,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춘 전함은 모두 8척으로 늘어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과 올 2월 이미 두 차례나 군사작전을 앞두고 이라크의 '벼랑끝 전략' 에 휩쓸려 물러났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공습시기와 관련, 백악관 관리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는 14일 직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조 록하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라크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 시점에서 대통령은 예정대로 아시아를 방문할 것" 이라고 밝혔다.

헨리 셸턴 미국 합참의장도 "이라크 공습에 앞서 최후통첩을 전달하지 않을 것이며 미군은 공격명령이 내려질 경우 실행에 옮길 준비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무기사찰 협력을 통해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이 미국의 완강한 반대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전쟁준비를 위한 아랍권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UNSCOM도 미국의 공격에 대비, 일부 요원만을 남긴 채 90명의 사찰단과 장비 등을 바그다드에서 긴급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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