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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발표 정년단축…교육행정 '구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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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입.고입과 교원인사 등 중요한 교육행정업무가 몰려있는 겨울을 앞두고 교원정년 단축이 발표됨에 따라 교육행정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교원의 사기가 극도로 떨어져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입.고입 전형에서 자칫 '사고' 가 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장관도 지난 2일 기획예산위원회의 교원정년 단축 발표 이후 "입시업무는 작은 잘못이 생겨도 엄청난 사회적인 파문을 몰고 오기 때문에 혹시 열의가 없어진 일부 선생님들이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18일 전국 70개 지구 8백28개교에서 실시되는 수능의 경우 교원들이 시험감독관으로 들어가는 등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교육부는 이 때문에 10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초.중등 국장회의를 열고 교원정년 단축의 당위성을 설명한 뒤 불만의사 표시는 가급적 합법적 절차를 밟고 교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기획예산위로부터 교원정년 단축을 요청받은 교육부의 최종 결정이 늦어지면서 내년 2월까지 시.도 교육청의 신규 교원채용 등 각종 교육행정에 구멍이 생기게 됐다.

서울시 교육청은 당초 11일 (초등).12일 (중등)에 내년도 교원임용 시험일정 및 선발인원을 공고할 예정이었으나 19일 이후로 연기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원임용을 공고할 때는 선발인원도 함께 발표해야 하지만 단축 정년이 확정되지 않아 퇴직교원 및 채용교원 수를 파악할 수 없어 연기했다" 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도 교육청에는 교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획예산위원회의 발표안대로 교원정년이 65세에서 60세로 낮춰질 경우 내년 2월말이면 국.공립학교에서만 1만8천여명이 퇴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구.울산.경기.충북.전북 등 5개 교육청의 과장급 이상 전문직공무원 (교원) 과 광주.울산.강원 등 3개 교육청의 지역교육청 교육장이 퇴직하게 되고 전국 8천4백34명의 초.중.고 공립학교 교장중 6천24명이 나가게 된다.

그러나 현재 교장자격증을 취득한 교원은 퇴직교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교감자격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나면 교장자격 연수를 받을 수 있지만 연수기간이 40일 정도 걸려 시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현장을 파악한 결과 50대 후반의 교원들까지 흔들리고 있어 자칫 교직사회 상층부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게다가 2002학년도부터 새로운 대입전형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교육부는 내년부터 고1학년을 대상으로 평가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결정하고 올 겨울방학중 내년 고1학년 담당 교원을 결정해 한달간 연수시키기로 했지만 이 또한 대대적 교원인사 속에 계획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따라서 정부가 교원정년을 단축하기로 결정한 이상 이른 시간 내에 단축 연령과 후속조치를 결정, 흔들리는 교직사회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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