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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라운지] 인천공항, 19개 정부기관 입주한 ‘미니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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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외국에서 모피코트를 사서 신고하지 않고 입국하다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 공항세관에 무거운 세금을 물고 검역을 받아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검역을 맡는다. 러시아나 캐나다 같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모피코트의 가죽이 무두질이 덜 돼 세균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록·호랑이·얼룩말 등의 가죽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해 보이는 도자기를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문화재감정관실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에는 출입국이나 세관 업무 외 다양한 역할을 하는 19개의 정부 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국토해양부·법무부·관세청·외교통상부 등이 그들이다. 그래서 ‘작은 정부’로 불린다. 이 기관 소속 직원들은 2756명. 이들은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월 1회 ‘미니 국무회의’를 한다.

19개 기관의 역할은 여객이나 화물이 원활히 흐르게 하는 것이다. 고유 업무는 다르다. 외국에서 애완견이나 육류 등을 들여오려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꽃이나 난·씨앗을 들여올 경우 국립식물검역원 검역을 통과해야 한다. 질병이 잦은 데를 갔다 오다 열이 나면 검역소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공항에는 검찰이나 경찰이 상주하며 범법자나 수배자 등을 체크한다. 육군과 공군부대 3곳도 주둔해 있다.

19개 기관 실무자들은 서비스개선위원회나 테러보안대책협의회, 상업시설운영협의회 같은 회의를 수시로 연다. 이달 초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했던 홍콩 첵랍콕 공항 관계자는 “다른 것은 다 따라갈 수 있어도 공항 내 정부기관들의 협력 시스템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항에는 항공사를 비롯해 면세점·식당·병원 같은 상업시설과 물류업체 570여 개 3만5000여 명이 근무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은 “공항을 운영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단원 중 한 명이라도 엉뚱한 소리를 내면 연주가 엉망이 되듯이 공항도 불협화음이 없어야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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