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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 통증오면 '통풍' 의심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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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멀쩡하던 엄지발가락이 갑자기 불에 타는 듯이 아파 걸음도 걸을 수가 없게 된다.

평소 생선.고기 등 단백질을 좋아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남성에게 자주 찾아오는 병, 통풍. 식생활의 변화로 근래에는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通風) 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통풍을 일으키는 주범은 요산. 혈액 중에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 생긴다.

요산은 영양분의 일종으로 몸에 흡수된 퓨린 (핵산의 일종) 이 분해.생성되면서 생긴 물질. 일부는 오줌으로 배출되고 핏속에는 항상 일정량의 요산이 유지되는데 단백질이나 퓨린이 많이 든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거나 콩팥의 요산배출 기능이 저하되면 혈중 요산농도가 올라간다.

콩팥기능 저하는 이뇨제등 약물의 후유증으로 또는 중금속이 콩팥에 축적돼 발생한다.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말년에 이 병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황제의 병' 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특히 납 등 중금속이 콩팥에 축적돼 발병하므로 음식이 풍족하고 술을 담글 때 납을 사용했다는 로마인들 사이에 통풍환자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핏속에 요산이 많이 축적되면 원래 용액 상태였던 요산이 바늘이나 솔잎모양의 결정체로 변한다.

이 '요산바늘' 이 관절을 찌를 때 갑작스럽게 통증이 오는 것. 서울대병원 내과 송영욱 (宋永旭) 교수는 "여자의 경우 1㎗의 혈액내 6㎎, 남자는 7㎎이하의 요산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 이라며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피검사로 쉽게 통풍여부를 판별해 낼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혈액 속에 요산의 농도가 높다고 모두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요산농도가 높은 사람 중 발병률은 5%정도. 따라서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인제대 서울 백병원 내과 이윤우 (李潤雨) 교수는 "통풍의 주요 공격부위는 엄지발가락 마디와 뿌리" 라며 "손가락.손목.발목.무릎관절을 겨냥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발병자의 10%정도밖에 안된다" 고 말했다.

초기에는 엄지발가락이 아프면서 화끈거리다가 자고 나면 말짱해지는 증세를 3~6일 동안 반복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고 몇 개월부터 길게는 3년 뒤에 또다시 통증이 찾아온다.

이 후부터는 발작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만성통풍으로 발전해 관절이나 귀가 부어오른다.

치료하지 않으면 손이나 손가락.어깨관절까지 통증이 오고 심해지면 관절이 녹아 뼈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집에서 갑작스럽게 통증이 올 때는 일단 ^우선 안정을 취하고^관절의 휴식을 위해 통증부위를 고정하며^찬찜질과 냉 마사지를 해주고^체내 요산을 밖으로 빨리 내보내기 위해 하루 2ℓ 이상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다른 관절질환과는 달리 운동은 치료에 별 도움이 안되며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통풍 환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은 고등어.꽁치 등 몸에 좋은 등푸른 생선. 여기엔 퓨린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육류섭취도 하루 1백g정도로 줄여야 하며 간이나 내장부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은 마시지 않아야 하는데 특히 맥주는 퓨린이 많아 통풍발작을 악화시키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

그러나 식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요산은 전체 요산의 15%정도고 식사조절로 낮출 수 있는 요산치는 그보다 더 적기 때문에 식사조절과 더불어 약물치료가 필수적. 콜키친과 알로퓨리놀이 대표적으로 쓰이는데 콜키친은 급성통증이 시작된 이후에 쓰이며 알로퓨리놀은 요산생성 자체를 줄인다.

그러나 알로퓨리놀은 복용환자의 25~30%정도가, 콜키친도 약 10%가 간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부작용이 심하므로 석 달에 한 번 꼴로 반드시 병원에서 간기능을 체크하고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宋교수는 "최근 고기 섭취량이 늘면서 환자들 중 20~30대의 비율이 늘었다" 며 "일단 한번 생기면 당뇨병처럼 완치가 힘들고 평생 치료해야 하므로 예방이 최선" 이라고 말했다.

통풍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대물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집안에 통풍환자가 있는 경우 혈액검사상 요산수치를 눈여겨보고 퓨린고함유식품을 피하는 등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통풍환자들은 관절 못지않게 콩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혈중 요산농도가 장기간 과도하게 올라가 있으면 콩팥에 요산결석이 쌓여 결석을 만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콩팥기능이 망가지는 신부전증 (腎不全症)에 빠질 수도 있다.

통풍 때문에 생명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처럼 신부전증에 빠지면 혈액투석을 받거나 콩팥이식을 받아야 하는 치명적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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