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유개발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전을 개발, 북한산 원유를 반입하겠다는 현대측의 발표에 대해 실현가능성을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현재 알려진 생산규모는 매우 미미한데다 앞으로 탐사작업을 벌인다해도 유전 탐사에서부터 경제성 판단.본격적 개발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한 2~3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 남포 앞바다와 마주한 중국 해안가에 일산 (日産) 1백30만배럴 규모의 발해만 유전이 자리잡고있어 유사한 지리적 특징등을 미뤄볼 때 탐사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고있다.

북한은 지난 80년대부터 자체기술로 남포앞바다의 서한만 (서조선만) 분지, 원산앞바다의 동한만분지, 안주분지등 3개 지역에서 원유 탐사작업을 벌여왔다.

분지규모가 가장 넓은 서한만 지역의 경우 모두 13개의 시추공으로 뚫어 탐사를 벌인 결과 지난 85년 1개 시추정에서 하루 4백50배럴을 생산하는 유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장순호 산업자원부 해외자원과장은 "남한지역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석유가 약 2백만배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일산 4백50배럴은 미미한 수준" 이라고 언급했다.

이성원 한국석유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은 "아직 1개의 시추공 결과만을 발표했기 때문에 탄성파탐사등 물리탐사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전체적인 유전개발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스웨덴 토로스사, 캐나다 소코사 등과 제휴해 추가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진전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예상 매장량 규모등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조총련계 신문 등에서는 북한의 석유 매장량이 50억~2백억 배럴에 달한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동남아 최대 산유국인 인도네시아의 전체 매장량 (50억배럴 정도로 추정) 과 맞먹거나 웃도는 규모. 북한은 지난해 10월 석유개발에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조선유전개발 투자설명회' 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설명회에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참석치 않았고 유개공.LG.현대등 한국측 관계자만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명회에 참석했던 이명헌 유개공 신규사업팀장은 "당시 북한측에 자료교환.기술자 교환 등을 제의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어 진전이 없는 상태" 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이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일단 북한이 현대측에 본격적인 공급보다는 유전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탐사작업에 공동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있다.

하지만 석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더라도 송유관 건설등 해결해야될 문제가 만만치 않다.

석유탐사를 위한 전문업체의 참여가 필요한데다 석유시추를 위한 해상 구조물 (플랫트폼) 건설에 1억~2억달러, 2백여㎞에 달하는 서울~남포간 송유관 건설에 최소 1천억원이상의 건설.운영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자금부담이 만만치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울산 등을 잇는 남쪽의 기존 송유관은 정제된 석유 제품만을 운송할 수 있고 원유상태로는 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면 북한에 정유공장을 새로 건설해야한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