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뉴욕등 10대 도시서 디지털 TV방송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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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국 (9월23일)에 이어 미국도 다음달 1일부터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디지털 TV시대의 막이 올랐다.

디지털 방송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2~4배이상 선명한 화질과 맑은 음질을 제공하는 한편 장차 전자우편과 인터넷 검색.홈쇼핑등 쌍방향 통신기능도 제공, 새로운 TV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이 조류에 동참할 것이고 더불어 관련시장은 향후 수년간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 방송 현황 = 미 ABC방송이 11월 1일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1백1마리 강아지' 를 디지털 방식으로 내보는 것을 비롯, 뉴욕.샌프란시스코등 미 10대 도시에서 42개 방송국이 11월중 디지털 방송을 개시한다.

내년에는 20대 도시로 확대하고 2003년까지 모든 방송을 디지털로 송출하며, 2006년 미국 전가구의 85%가 디지털TV 수상기를 보유했을 경우 그때까지 같이 송출되던 아날로그 방송은 전면 중단한다는 것이 미 연방통신위원회 (FCC) 계획이다.

영국은 한달 앞서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내년, 독일과 프랑스.일본 등이 2000년에 뒤따른다는 일정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1년 본방송을 실시할 예정.

◇ 디지털 TV시장 = 향후 10년간 40조엔 (약 4백조원) 의 수요가 예상된다는 일본 마쓰시다 (松下) 전기의 전망처럼 디지털 TV시장은 엄청난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향후 10년간 미국에서만 1천5백억달러 (약 2백5조원) 규모의 신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99년 75만~1백만대, 2000년 1백75만~2백만대의 신규수요가 예상되며, 미 전자산업협회 (EIA) 는 2006년에 미국내 가정에 1천1백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니.마쓰시다.삼성전자.LG.필립스 등 유명 가전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은 메이커에 따라 5천~1만달러 수준. 컴팩과 IBM등 PC업체들도 기존 PC TV를 기반으로 디지탈 TV 시장 참여계획을 밝히고 있다.

컴팩은 개당 3백달러선의 가격으로 디지털 방송신호를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TV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셋톱박스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향후 10년간 미국내 1천5백76개의 방송국들이 디지털 방송으로 설비를 전환하는데 모두 1백60억달러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송장비.케이블 TV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관측된다.

◇ 예상되는 문제점 = 디지털 TV에 대한 장미빛 전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값이 너무 비싸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또 디지털 프로그램이 주당 4~5시간에 불과, 볼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여기에 방송표준을 둘러싼 업체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 상당한 과도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송사들도 디지털 방송 송출에 소요되는 막대한 신규 설비 비용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장비와는 별도로 영화 한편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만 10만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찰스 자볼스키 NBC부회장이 "볼 사람도 별로 없는 프로그램에 거액을 쓸 필요가 있냐" 고 반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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