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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첫선 3D 애니메이션 '개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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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개미도 꿈을 꾼다. 개미나라에도 혁명이 있다. 개미사회에서도 행복한 다수 중에 불만을 품은 개인이 나타나 사회를 변화시킨다. ' 지난달 열린 토론토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론 처음으로 '개미' 가 폐막작으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공동감독인 팀 존슨과 에릭 다넬은 영화 '개미' 의 착상을 이렇게 밝혔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왕국에 맞서 드림웍스사가 처음으로 내놓은 '개미' 는 이처럼 스토리와 주제의식에서부터 차별화를 시도한다.

권선징악식의 동화 일색이었던 '디즈니' 를 반복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백마 탄 왕자와 순진한 소녀가 만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같은 류의 디즈니 영화들은 그 '현상유지적' 이데올로기로 인해 적잖은 공격을 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개미' 는 일단 이야기가 어른스럽다.

'1984년' '멋진 신세계' '메트로폴리스' '블레이드 러너' 등의 '비판적 SF' 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대중사회 내지 집단주의에 대한 관객들의 '마비된 의식' 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뉴욕의 세트럴 파크 지하에는 개미왕국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일개미.전투개미.왕족으로 나눠지는 신분사회에서 일개미 Z - 4195는 평생 땅파고 흙이나 옮기며 살기 보다는 개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이단아. 전투개미인 친구 위버를 만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신세타령을 늘어 놓기 일쑤다.

어느 날 술집에 몰래 놀러온 발라 공주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전투개미를 지원한 Z는 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전쟁영웅이 된다.

그는 영웅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일개미들의 '혁명지도자' 로 변신한다.

'개미' 의 또 다른 특징은 유명배우들이 성우로 기용됐다는 점이다.

곧 개봉할 디즈니사의 '곤충의 삶' 과는 달리, 개미만 등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단순함을 보완하기 위해 스타들의 목소리를 빌려온 것이다.

수다장이에다 불만투성이인 Z역의 우디 앨런, 요염하고 깍쟁이 같은 발라 공주역의 샤론 스톤, 근육질에다 정의감에 불타는 위버 역의 실베스터 스탤론 등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이들이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환기되면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중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개미'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투박한 편이다.

얼굴이 각지고, 나무를 깍아 만든 것 같은 느낌이라 디즈니의 둥글둥글하고 앙증맞은 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다소 급조됐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뭐니해도 '토이 스토리' 이후 3, 4년새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괄목한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걸 확인하는 즐거움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캐릭터들의 인물 표정을 섬세하고 생동감있게 살려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꿈으로만 여겼던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블럭버스터' 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 하다.

아무튼 '개미' 가 갈수록 테크놀러지 의존적으로 흘러가는 영상산업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7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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