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일산 대우아파트 자치 헬스클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기도 일산신도시 호수마을 대우아파트 주민들은 '공짜 헬스클럽' 의 평생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어 주위 다른 아파트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헬스클럽이 다른 여느 헬스클럽과 다른 점은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꾸몄다는 것. 운영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한다.

이들에게 공짜 헬스클럽이 생긴 것은 입주한지 1년반쯤 지난 97년9월. 101동 아파트 2층에 있던 33평 자투리 공간의 하자 보수 사무실을 지하로 옮기면서부터다.

주민들의 손으로 뽑은 동대표들은 "이럴게 아니라 그 공간을 내실있게 활용해 보자" 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우리들만의 헬스클럽' 을 만들어 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관리비를 내고 남은 잉여금 6백여만원을 들여 실내 자전거기 2대, 러닝머신 2대와 벤치프러스 기계 등 중고 헬스기계 20여 가지를 들여놨다.

창문을 막고 불필요한 문을 트며 바닥에 두꺼운 고무로 된 매트리스도 들여놨다.

하루 20~30명이 오전5시~오후 11시까지 이용하는 이 헬스클럽은 고장난 기

계를 고치는데 쓰일 적립금으로 월5천원을 회비로 받고 있지만 내고 싶지 않으면 안 내도 그만. 열쇠는 각 동의 경비실에 비치해 이용하는 주민들이 직접 열고 닫으며 관리한다.

평소 꾸준히 헬스로 건강을 다져온 김옥균 (金玉均.37.공무원) 씨 등 주민 2명이 시간이 나는 대로 짬짬이 코치역할을 하며 운동요령을 지도해준다.

일단 헬스클럽 운영이 시작되자 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전축과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공짜로 내놓은 주민들도 생겨 제법 번듯해졌다.

金씨는 "매달 한 번 대청소 하는 날도 정해놓고 주민들 10여 명이 청소도 스스로 하는 등 모두 힘을 모아 관리하고 있다" 며 "공짜로 운동도 하면서 서로 얼굴도 익히게 돼 '이웃 사촌' 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 고 활짝 웃는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