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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82회 … 건강 악화설 이후 오히려 늘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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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22면

북한 매체는 지난달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반도체 재료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일행과 동떨어진 장성택(오른쪽 셋째) 노동당 부장의 모습이 이채롭다. [AP=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6월 6, 7, 8일 3일자 연속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사진과 함께 다뤘다. 동선은 함남 단천시 공장·기업소→함남 함주군 동봉협동농장→강원도 고산과수농장이었다. 북한이 김정일의 공개 활동 날짜를 밝히지 않은 만큼 이 행보가 사흘에 걸쳐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흘 연속 보도는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8월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처음 있는 몰아치기 활동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방문 기간에는 군부대 공연 관람도 했다.

부쩍 잦아진 김정일 현지 지도

6월의 이 공개 활동에는 북한의 의도와 정책 지향점이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대내외적으로 김정일의 건강 악화설을 불식시키려는 인상을 풍긴다. 그의 건재 과시는 북한 사회 내부의 동요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요인이다. 대외적으론 의사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실제 그의 공개 활동은 지난해 8월 건강 악화 이후 예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본지 통일문화연구소 분석 결과 올 1~7월(이하 같은 기간)의 공개 활동은 82회로 4년 새 최다였다. 2006~2008년의 활동은 69, 34, 58회였다. <그래픽 참조>

다른 하나는 공개 활동이 경제 분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이 분야 활동은 37회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2006~2008년의 비율은 8.7, 29.4, 34.4%였다. 경제 분야 활동 급증은 4월 20일 시작한 부문별 증산운동 ‘150일 전투’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투는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는 일종의 ‘속도전’으로 북한의 최대 기치인 ‘2012년 강성대국 진입’ 운동의 일환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이 가운데 광업 부문의 현지지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주목거리다. 단천 마그네사이트공장을 비롯해 8곳을 찾았다. 2006, 2007년에 광업 부문 지도가 한 건도 없었고, 지난해 한 차례만 관련 지역을 들른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광물은 지난해 북한 최대의 수출품이었으며, 무연탄 등 일부는 외국인 투자와 교역의 대가로 지불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일의 광물자원 생산 독려는 북한의 외화 획득원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경제 분야 활동이 늘면서 국방 분야는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24차례(29.2%)에 걸쳐 군부대를 들렀거나 공연을 봤다. 2006~2008년의 이 분야 비율은 72.4%, 38.2%, 46.5%였다.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그의 현지지도가 국방 분야에 집중됐던 것과는 선을 긋는 흐름이다. 여기에는 김정일의 군 장악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일의 대외 활동이 올해 두 차례(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의 면담 제외) 이뤄진 것은 대외 관계 악화·건강 문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1월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 하지만 4월 23~24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는 면담하지 않았다. 북한의 공개 사진을 보면 이 언저리는 김정일이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시기이기도 하다.

김정일 현지지도 수행 인물도 적잖은 변화를 보였다. 수행 인물이 늘어났고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이 군 간부가 아닌 당 간부였다. 올해 현지지도에 등장한 인물은 46명으로 지난 3년보다 약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다 수행 인물은 김기남 당 비서(50회)였다. 그 다음은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45회), 박남기 당 부장(41회),현철해 총정치국 상무부국장(39회), 이명수 국방위 행정국장(32회),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17회), 김영춘 인민무력부장(15회) 순이다.

당에서 선전 업무를 맡는 김기남과 김정일 매제인 장성택의 수행이 1, 2위를 차지한 것은 김정일 부자 후계구도 구축 작업과 닿아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남편 장성택) 당 부장이 지난 6월 15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네 차례나 김정일을 따라다녔다는 점도 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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