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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 타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9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중동평화회담은 당초 15일부터 사흘로 예정됐던 일정이 23일까지 9일이나 연장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회담 당사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PNA) 수반은 물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후세인 요르단국왕은 '중동평화의 마지막 기회' 임을 의식한 듯 회담에 달라붙었다.

특히 클린턴은 전례 없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민주당후보 지원연설이나 모금행사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매일 워싱턴에서 1백㎞ 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 동쪽 해변의 회담장 와이밀스 콘퍼런스 센터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오전업무를 마친 뒤 헬기로 날아가 다음날 오전 2~3시쯤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강행군을 되풀이했다.

미국대통령이 중동문제 때문에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서 양측대표들을 붙잡고 설득을 벌인 것은 20년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끌어 낸 지미 카터 전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처럼 열성을 보인 것은 다음달 16일 시작되는 탄핵청문회를 앞두고 이번 협상에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추문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기는 했으나 미국 외교정책상 최대난제인 중동평화협상을 반드시 타결시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는 의도인 것이다.

또 이를 성사시키면 다음달 3일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유리해진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와 아라파트는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면서 벼랑 끝을 오가는 협상력을 과시했다.

'고집불통' 네타냐후와 '투사' 아라파트는 안보문제와 '유대인 파괴' 조항을 놓고 밀고당기기를 계속했다.

네타냐후는 아라파트가 안보문제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자 21일에는 회담장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위협해 팔레스타인으로부터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문제처리에 이스라엘의 의사를 반영하는 성과를 얻어 냈다.

아라파트도 '안보카드' 를 활용해 테러용의자를 자신의 관할 아래 재판토록 해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했다.

○…미국에서 암치료중인 후세인 국왕도 20일 병석을 뿌리치고 회담장으로 날아와 계속 머무르며 타결을 독려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양측과 대화할 수 있는 극소수 인물중 하나로 꼽혀 온 그는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명실상부한 '중동평화의 중재자' 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김원배.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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