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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때던 하역장비를 전기로 움직여 매연·소음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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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요즘 들어 크레인 위쪽에서 내뿜는 매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역장비의 동력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가 부산항을 ‘그린 포트’로 바꾸는 작업에 한창이다. 국내 대부분의 컨테이어 부두는 기름을 때는 하역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냉동컨테이너 선박들은 부두에 정박해 있는 동안 냉동 컨테이너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와 질산화물 등 항구 주변의 오염이 자동차 매연이나 화력발전소 지역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배기가스 단속에 나서고 세계 주요 해운 항만 관련 회의가 친환경적인 항구운영을 주요 의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롱비치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등 세계 주요 항만들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신선대 터미널의 경우 161대의 크레인들이 연간 사용하는 기름양은 6683㎘(106억원 어치)에 이른다. 하지만 전기로 바꾸면 에너지 사용료가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기름을 때는 하역장비를 전기로 바꾸어 공해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신선대 터미널 전경. [송봉근 기자]

부산항만공사는 하역장비의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바꾸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다. 신선대 터미널의 경우 161대 크레인 가운데 지난해까지 44대를 교체했다. 올해 30대를 교체중이며 내년에 37대를 바꿀 계획이다. 교체비용 44억원은 부산항만공사와 부두운영사들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를 통해 배출가스가 연간 211t 줄어들었다. 소음도 공장지대(75㏈)보다 높은 85㏈이었으나 주거지역 수준인 65㏈로 낮아졌다.

부산신항은 아예 처음부터 전기로 움직이는 성능 좋은 신형 크레인을 설치하고 있다. 신형 크레인들은 20피트 짜리는 4개씩, 40피트 짜리는 2개씩 한꺼번에 나란히 들어 올릴 수 있어 컨테이너 운반선들이 부두에서 하역과 선적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반기고 있다.

신항의 경우 크레인들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장치율도 높아졌다. 북항 부두에서는 장치율이 65%이상만 돼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신항에서는 성능 좋은 크레인 덕분에 장치율이 85% 이상으로 높아져도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냉동 컨테이너선들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동안 자체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도 냉동상태를 유지하도록 부두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도 늘리고 있다. 냉동 컨테이너에 전기를 공급하느라 자체 엔진을 돌리며 매연을 내뿜어 왔다. 부두 조명시설을 친환경적인 LED등으로 바꾸고 24시간 가동하는 건물은 지열 이용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다. 부두 정문도 자동인식장치를 달아서 컨테이너 차량들의 정문 통과 시간을 줄였다.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신항 2~1단계 부두의 경우 전기 하역장비를 설치해 기름값 75억원과 인건비 60억원 등 연간 135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전영환 항만시설팀장은 “ 부산항이 환경분야에서 세계 주요 항구에 뒤지지 않는 그린 항구가 되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부산항만공사 노기태 사장
“중심 지역에 수변공원·영화관 … 북항 재개발도 친환경적 접근”

부산항을 그린 포트로 바꾸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 노기태(사진) 사장은 “친환경적인 항만 건설과 운영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시작한 컨테이너 부두의 하역장비 동력원 교체는 2007년 시작됐다.기름에서 전기로 바꾸는 작업은 세계 주요 항구들 가운데 빨리 시작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세계 주요항만 운영사들의 벤치마킹이 있따르고 있다고 한다.

-왜 하역장비의 동력원 교체를 빨리 시작했나.

“유가급등과 환율상승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부두 운영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부산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Three 고 플랜’을 세워 본격 추진했다.”

-‘Three 고 플랜’이 무엇인가.

“고유가를 잡아서 부산항의 고통(환경오염)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자(Go)는 뜻이다. 운영비를 아낄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찾아내 하나씩 실천했다. 하역장비 동력원 교체가 가장 큰 일이었지만 사무실의 작은 전구 하나까지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었다.”

-북항과 신항을 오가는 해상셔틀 컨테이너선 도입이 흥미롭다.

“신항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도 있지만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컨테이너 차량들이 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면 얼마나 많은 교통혼잡을 유발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겠는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다.”

-북항 재개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북항 재개발도 친환경적으로 접근한다. 중심 지역에 대규모 수변공원을 만들고 영화관,박물관,전시장을 넣는다.국제공모를 통해 개발방향을 마련하고 명품 친수공간으로 가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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