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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쌍용차 살아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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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쌍용자동차 노사가 평택 공장 불법 점거 사태 77일 만인 6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향후 회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공장 실사 결과 생산과 직접 연관이 있는 생산설비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2∼3주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낱같은 회생의 희망을 살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노조가 점거했던 도장 1, 2공장의 훼손 상태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수원(상무) 연구소장도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도장 1공장의 경우 일부 녹이 슬었을 뿐 큰 피해가 없어 2주 정도면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장 1공장은 렉스턴·액티언을 만드는 곳이다. 노조가 막판까지 점거하고 있었던 도장 2공장(체어맨·로디우스·카이런 생산) 역시 경찰 진입 이전에 자진 해산해 시설 훼손이 크지 않았다. 도장 공장은 자동차 공장에서 첨단 자동화설비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생산 재개 여부를 따질 때 기준이 된다.

600여 개 부품업체 채권단인 ‘협동회’도 5일 법원에 제출했던 조기 파산신청을 이날 철회해 분위기를 돋웠다. 최병훈 협동회 사무총장은 “협력업체 사장단이 10일 모임을 하고 원활한 납품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현재 100억원 안팎의 현금이 있다. 이 돈은 생산을 위한 부품 결제대금과 최소한의 연구개발비 수준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한국산업은행에 희망퇴직자의 명예퇴직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4월부터 직원 월급은 물론 구조조정을 위한 희망퇴직자의 퇴직금도 일부 주지 못했다.

이같이 쌍용차가 곧 생산을 재개하고 다음 달 정상 판매에 들어간다면 회생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 달 15일에 열릴 예정인 법원 채권단 집회에서 회사 측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집회에는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부품업체 채권단인 협동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법원은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한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자금 지원을 미룬 채 “법원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국책은행이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모양새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밝히면서 쌍용차에 대한 경제적 가치만을 따질 수도 있다.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판매대수 비중이 약 2%, 매출은 4% 정도다. 하지만 연관 산업까지 20여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쌍용차를 파산시키기엔 부담이 크다. 쌍용차는 이미 5월 22일 1차 관계인 집회에서 ‘청산가치보다 회생가치가 더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일찍 파산시키지 않고 회생계획안 제출 단계까지 온 것이다.

김태진 기자, 평택=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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