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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 작가 박성희씨 “우리 애환 담아낸 인형 해외에 알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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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기도 양평에 사는 닥종이 인형작가 박성희(46·사진)씨는 요즘 외국에서 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5월20일부터 26일까지 전시회 를 연 뒤부터다.

“편안하게 관람하라고 다른 전시회와 달리 관객들에게 맘껏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더니 인터넷에 많이 올랐나 봐요. 이를 본 미국 시카고에 사는 교민이 전화를 주시고 한인교포은행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자고 했습니다.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과도 내년 가을쯤을 목표로 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기획했던 경인미술관의 강원용 실장은 박씨를 두고 “눈물을 부르는 힘이 있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형전 때 부모님 생각이 난다며 엉엉 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 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개최한 닥종이 공예전에 참여하면서 천편일률적 작품 대신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가 들었어요. 그래서 노인들을 작품 소재로 잡아 몰두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20여 점의 노인 연작이 탄생했다. 검버섯이 곳곳에 핀 얼굴에 시름이 가득한 러닝셔츠 차림의 할아버지, 족두리를 쓴 채 두 개만 남은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고 있는 할머니 등이 그것이다.

“ 주름살을 보면 살아온 사연도 엿보이죠. 영락없이 우리 부모들 모습을 닮았습니다. 세부 묘사는 거울로 제 얼굴을 보면서 합니다. 감정을 담기 위해서지요 .”

그는 원래 서예가로 서울에서 15년이상 서예학원을 운영하다 심신이 지쳐 2003년 양평 용문사 입구에 서 전원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서예에 쓰던 한지 뭉치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 다. 그 뒤 2004년 전주미술대전과 원주미술대전에 출품해 입상했고, 2006년 제1회 크라운·해태제과 닥종이인형 공모전에선 장려상을 타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꿈은 닥종이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전 단계로 지금은 자신의 작업장 옆에 10평 가량의 상설전시장(031-775-0311)을 마련하고 30여 점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슴을 적시는 작품을 만들어 널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정이 메말라가는 도시인들에게 제 인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지요.”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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