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 Story] “무조건 돈 빌려줍니다” 불법 대출의 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막다른 길에 몰린 서민의 호주머니, 이렇게 털리고 있다. 불법 대출업체와 중개업자들의 짓이다.

상반기 한국대부금융협회에 신고된 불법사채 피해(718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이른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몰라서 속기도 하고, 급한 마음에 알고도 속는다.

단속을 강화했지만 불법 대출의 덫에 걸리기 쉬운 잠재적 피해자는 늘고 있다. 실업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단계인 대부업체들은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자 대출을 줄였다.


◆막장 대출의 덫=금융사가 받는 이자·수수료 외에 중개업자가 따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출 중개인들이 10~20%의 웃돈을 요구한다. 보통 100만원 이하지만 5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수수료 NO’라는 문구를 앞세운 인터넷 대출 사이트에도 작업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광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몇 백만원을 받고선 수천만원을 빚지는 사기성 대출도 있다. ‘무직자도, 신용불량자도 대출됩니다’라는 광고는 경계 대상이다. ‘빌라 자서’ ‘휴대폰 내구제’가 대표적이다.

명목은 대출이지만 실제론 명의를 빌려주고 사례비를 받는 것이다. ‘빌라 자서’는 다세대주택 분양·매매 계약서에 자필 서명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개업자들은 이런 빌라로 담보대출을 받거나 전세를 놓아 돈을 굴린다. 담보대출의 채무자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기 때문에 중개업자가 잠적하면 억대의 빚을 떠안기 십상이다.

‘휴대폰 내구제’는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하고, 그 대가로 대당 10만~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렇게 개설된 전화가 광고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활용되면 수백만원의 휴대전화 요금을 물게 된다. 비데, 초고속 인터넷 등을 매개로 활용하기도 한다. ‘내구재’가 맞는 표현인데 ‘내구제’라는 명칭으로 통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자는 “대출 의뢰를 하는 사람 중엔 부모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는 20대 초반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농산물 이력제처럼 대출 경로 확인제를 실시해 문제가 있는 대출 중개인이나 불법 대출중개를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이 최선=미심쩍은 광고는 아예 피하는 게 최선이다. 수수료 선입금이나 통장·카드를 요구하는 중개인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대출 중개 사이트인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활용하면 안심하고 대출 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다.

제도권 대출은 어렵고, 당장 살길이 막막하다면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조성목 부국장은 “인터넷 포털이나 생활 정보지의 대출 광고에 대해선 지금보다 더 엄격한 게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피해를 보았을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족과 상의하거나 금감원 등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