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명진 위원장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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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명진(62·사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31일자로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의 사표가 5일 청와대에 접수됐고, 사표 수리 여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7일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심의위는 “위원회 출범 이후 1년여 동안 과반에 달하는 위원들이 교체됨에 따라 위원회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박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고 전격적인 사표 제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해 약 1년3개월 동안 위원장으로 재직해 왔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출신인 박 위원장은 재임 중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언론학 이론을 실제 방송 환경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 심의위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이로 인해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심의위가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한 심의 등에 강한 제재조치를 내린 것. 일각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부당한 딱지 붙이기”라며 정면으로 맞섰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를 둘러싸고 일부 심의위원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근 교체된 일부 위원들이 “지난 1년여간 심의위가 파행 운영된 것에 대해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학계와 방송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답답함을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학계와 달리 정치적 입장이 선명하게 엇갈리는 위원회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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