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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적과의 동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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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폴크스바겐이 최근 내놓은 투아렉과 포르셰가 판매하고 있는 카이엔(아래 사진)은 엔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 간의 제휴가 활발하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나눠 쓰고 신차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 연료도 함께 개발한다. 생산 원가를 낮추고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기술제휴 폭 넓히는 명차 업체=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최근 포르셰와 손잡고 1억6000만원대의 고급 SUV인 '투아렉'을 선보였다.

포르셰가 최근 출시한 '카이엔'은 투아렉과 다른 엔진만 달았을 뿐 투아렉의 부품을 거의 사용해 만든 것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새 디젤 차량에 쓰일 연료를 폴크스바겐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썬디젤-메이드바이코렌'이라고 이름 붙인 이 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폴크스바겐의 피셰츠리더 회장은 "환경과 자원을 보존하는 것도 자동차 생산업체의 책무"라며 "이 연료를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내년부터 9년간 폴크스바겐이 만든 2000cc급 디젤 엔진을 쓰기로 했다. 매년 12만개의 디젤 엔진을 공급받아 다임러 크라이슬러 차량은 물론 제휴업체인 미쓰비시 모터스의 제품에도 장착할 예정이다.

미국의 포드는 링컨.볼보.재규어 등 계열 자동차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나온 포드의 뉴 이스케이프는 마쓰다 트리뷰트와, 포드 뉴 몬데오는 재규어 X타입과 플랫폼(엔진.트랜스미션.섀시 등 차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을 똑같이 쓰고 있다. 1998년 합병한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힘을 합쳐 그랜드 체로키 디젤 2.7 CRD 모델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도 플랫폼 공유=쌍용자동차 뉴렉스턴의 경우 포르셰.재규어 등이 사용하는 수동 겸용 자동 변속기(T-Tronic)를 장착하고 있다. 전진 5단과 후진 2단의 변속 기능이 있는 이 변속기는 승차감을 좋게 한다. 쌍용의 대형 세단인 뉴 체어맨은 벤츠 세단이 적용하고 있는 피라미드 차체 구조를 채택했고, 벤츠 모델(S-class.E-class)의 엔진을 달았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조용한 차를 선호해 벤츠의 엔진을 장착했다"며 "6개의 실린더가 최적의 조건에서 연소돼 출력과 연료 효율도 뛰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옵티마.쎄라토는 각각 현대차의 쏘나타.아반떼와 엔진.미션 등의 플랫폼을 서로 쓴다. 다음달 나올 2000cc급의 신형 SUV인 스포티지는 현대 투싼의 엔진과 차체 등을 그대로 썼다. 기아차 측은 "플랫폼의 공유로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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