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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게걸음…선물시장도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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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물 주식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진 여파로, 그동안 과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선물시장까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극도의 거래부진 속에 주가가 힘없는 게걸음을 거듭하자 주가 급등락을 활용하는 투기적 거래마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들이 선물투자로 거액을 날린 사건까지 속속 전해져 시장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선물거래소는 7월 평균 거래대금이 11조6082억원으로 지난 6월(15조348억원)보다 23%나 감소했다고 3일 밝혔다.

선물거래소 관계자는 "파생시장인 선물은 현물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현물시장이 크게 변동해야 선물시장이 활발해지는데 현물시장이 소폭 등락만 반복해 투자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투자 손실 사고=최근 회삿돈 횡령 사고는 선물투자와 연루된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옛 우리카드 직원들이 400억원을 횡령해 선물투자를 한데 이어 5월에는 전북은행 직원이 고객 예금에서 30억원을 빼내 선물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같은 달 벤처기업 사장이 20여명으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360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또 지난 1일 K도시가스 직원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기업어음(CP)을 위조해 500억원대를 선물에 투자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선물 시장에서 적잖은 손실을 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개인들은 대개 외국인 투자가나 기관들에 비해 정보력이나 자금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해만 따져도 코스피200 선물.옵션시장에서 3589억원의 손실을 본 반면 외국인과 증권사는 각각 3291억원, 2602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선물 시장은 거래금액의 15%만 증거금으로 넣으면 거래를 할 수 있어 소규모 자금으로'대박'을 노리는 개인들 비중이 아직도 높다. 지난달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증권사 비중은 각각 18.4%, 22%를 차지했지만 개인투자가는 이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53.9%를 차지했다.

◇시장 위축 언제까지=현물 주식시장이 요즘같이 추세적인 상승과 하락 없이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한다면 선물시장도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수익을 얻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평균 선물 거래량은 24만1539계약으로 5월(30만1921계약) 과 6월(30만1936계약)에 비해 15~16%가량 줄었다.

삼성증권의 전균 연구위원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선물 시장에서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방향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선물시장도 거래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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