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담론 윤리학' 개척한 독일 아펠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세기말적 전환기에 전세계가 이념적 혼돈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사회도 총체적 위기를 맞아 그 전망을 찾지 못한 지식인 사회는 정신적 방황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앤터니 기든스와 함께 전통적 좌.우 이념을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이념적 지형을 제시하고 있는 또 한명의 유럽석학이 방한해 한국 지성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다름 아닌 슈뢰더의 총리 당선으로 집권한 독일 사민당 당원이자 전통적 좌파.우파의 이념이 아닌 '보편윤리' 를 통해 새로운 사회진보의 가능성을 모색한 칼 오토 아펠 (76) 독일 전프랑크푸르트대 교수. 다산기념 철학강좌 (운영위원장 이삼열) 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담론윤리' 를 개척해 독일에서는 위르겐 하버마스와 쌍벽을 이루는 철학자다.

그의 '담론윤리' 는 한마디로 사회적 불평등을 귄위와 명령이 아닌 이성적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보편윤리' . 하버마스가 '보편윤리' 는 '이상적 상황' 에서만 가능하다는 현실주의자인데 비해 매우 원칙주의적 입장이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타 기자회견장에서 나타난 그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열정에 넘쳐있었다.

이 자리에서 관심의 초점은 영국의 블레어 총리와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들어선 후 유럽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제3의 길' .새로운 정치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신자유주의도 국가 사회주의의 계획경제도 대안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결국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사회복지의 실현" 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철학에도 관심을 가져온 그는 많은 국가들이 아직도 빈곤과 빈부의 격차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담론 윤리학' 의 현실 적용 가능성도 이론적으로 제기된 쟁점. 사회적 담론의 통로가 열려있는 유럽에서나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역사적 과정과 민주적 전통, 계급적 격차등 각각의 특수한 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며 현실적인 부분을 인정한다.

담론윤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기구와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갈등이 이를 통해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 평화지상주의자가 아님을 피력한 그는 철학자로서 의외로 "필요할 땐 무기를 잡는 최소악의 선택도 받아들인다" 는 전투적 모습을 보였다.

13일 오후4시 서울대 문화관 국제회의실의 강연을 시작으로 16일 오후 4시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사회적 실천에서 본 담론윤리' , 20일 오후 4시 프레스센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세계화의 도전과 보편윤리의 응전' , 23일 12시 대전대 지산도서관에서 '나의 철학적 역정' 주제강연으로 이어진다.

김창호.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