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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낭비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들어 갑자기 악화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은 IMF체제 이후 경기부진에 따라 세금이 덜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불가항력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지자체들의 재정난은 예고된 '위기' 였고 인재 (人災) 다.민선 자치시대를 기점으로 방만 경영, 전시.선심 행정 등 예산 낭비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신청사 건립 붐이다.

막대한 빚과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은 신청사 건립에 몰두하고 있다.

빚이 8천9백억원인 광주는 이달중 68억원을 투입, 총공사비 1천6백억원 규모의 신청사 건립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전 서구청은 지난해 확정된 공사비 2백55억원을 올해 4백95억원으로 인상했다.

공사비 마련을 위해 구청측이 진 빚은 50억원. 신청사는 욕실.부속실 등을 포함, 청장실이 61평이나 되는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대전 서구청은 의회가 승인하지 않자 2백55억원의 범위 안에서 공사하겠다며 지난 7월 건설회사와 공사계약까지 체결하는 변칙도 동원했다. 인구 1만1천여명인 울릉군에 군청 (1).읍사무소 (1).면사무소 (2).출장소 (1) 등 5개 행정기관이 있다.

이같은 기관 과다.중복현상도 예산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울릉군은 재정자립도 최하위 38개 기초단체중 하나다.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선심.전시행정도 그칠 줄 모른다.

인천 서구는 96년과 97년 달력 각각 9만부를 제작, 배포했다가 감사원에 의해 선심성 예산집행 사례로 지적됐다.

소요 예산만도 1억8천여만원이 넘는다.

부천시 경실련은 "시가 구입, 보건소에 배치한 컴퓨터단층촬영기 (CT) 등 고가 의료장비가 의료진 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없다" 고 주장했다.

신철영 경실련 부천시집행위원장은 "장비구입 예산으로 차라리 영세민 의료비 지원을 했다면 더 실속이 있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선심성 예산집행은 선거를 앞두고 극성을 부린다.

지난 4월 행정자치부 자체감사에서는 국내 산업시찰 명목으로 제주도.온천관광을 한 사례 4건 (집행예산 4천2백85만원) 이 적발됐다.

해외여행 경비로 쓸 수 없는 보상금 및 보조금을 전용해 모범운전자.새마을지도자 등에게 외국 나들이를 시켜준 경우도 8건 (2억6천3백26만원) 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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